공공기관 기능개혁에…울산, 유치전 넘어 ‘본사 사수전’ 비상

에너지 기능군 4곳 중 3곳 재편…추가 이전 구상 수정 불가피 통합본사·재생에너지·비축·에너지항만 핵심본부 확보 과제 에너지공단 흡수 기능 이전·석유관리원 유치 연계해야

2026-09-03     강태아 기자
정부의 공공기관 기능개혁으로 울산의 에너지·항만 공공기관이 대거 재편되면서 울산시가 제2차 공공기관 유치와 기존 본사·핵심 기능 사수를 병행하는 전략 수정에 직면했다. 사진은 울산항만공사 전경. 울산매일 포토뱅크

공공기관 기능개혁안이 발표되면서 울산의 제2차 공공기관 이전 전략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울산시는 수도권 공공기관 추가 이전을 앞두고 발전공기업 통합본사와 한국석유관리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한국에너지재단 등 에너지·신산업 기관 유치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한국동서발전과 한국석유공사, 울산항만공사가 각각 전국 단위 기관으로 통합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새로운 기관을 데려오는 유치전과 함께 기존 기관의 본사 및 핵심 기능을 지키는 사수전을 동시에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시는 석유공사·동서발전·한국에너지공단·에너지경제연구원을 에너지 기능군으로 묶어 에너지 연구개발 클러스터를 조성해왔다.

정부안대로 개편되면 동서발전과 석유공사는 독립 법인 지위를 잃고, 에너지공단은 다른 기관을 흡수해 기능이 확대된다. 에너지 기능군 4곳 가운데 3곳의 조직과 기능이 한꺼번에 재편되는 것이다.

울산으로서는 통합 여부보다 본사와 핵심 조직의 소재지가 중요하다. 기존 사옥과 조직이 남더라도 인사·예산·투자 권한이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면 지역에 미치는 효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발전 분야에서는 통합본사 유치를 우선 추진하되 본사 유치가 어려울 경우 국가 단위 핵심본부를 확보하는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통합 발전공사에 해상풍력 등 대형 사업을 맡는 재생에너지본부와 석탄발전 폐지에 대응하는 정의로운전환본부를 설치할 계획이다. 부유식 해상풍력과 수소산업,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대규모 산업 전력수요는 울산이 통합본사나 재생에너지본부 유치 논리로 내세울 수 있는 기반이다.

다만 다른 발전사 본사가 있는 부산·경남·충남과 한국전력이 있는 광주·전남권도 통합본사 유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통합본사 한 곳만을 목표로 삼기보다 본사 유치와 핵심본부 확보를 함께 추진하는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석유공사와 가스공사의 통합에서는 국가 에너지안보와 석유비축 기능을 울산에 남기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울산은 국가 석유비축시설과 정유·석유화학산업, 울산항 동북아 에너지허브, LNG 저장·벙커링 기반을 갖추고 있다. 이를 연계해 에너지자원공사 통합본사나 에너지안보·비축 총괄본부의 울산 배치를 요구할 수 있다.

한국석유관리원의 유치 필요성도 이전보다 커졌다. 석유공사의 알뜰주유소 등 유통구조 개선 기능을 석유관리원이 넘겨받기 때문이다. 석유관리원을 유치하면 석유공사에서 분리되는 기능을 울산의 석유산업과 다시 연결할 수 있다.

항만 분야에서는 울산항만공사가 지역지사로 전환된 이후에도 어느 정도의 사업 권한을 갖느냐가 관건이다.

통합 항만공사의 투자가 컨테이너와 환적 물류 중심으로 이뤄지면 액체화물과 자동차, 조선기자재, 친환경 선박연료에 특화된 울산항 사업이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 울산은 지역지사 존치에 그치지 않고 액체화물·에너지항만 총괄본부와 투자·마케팅 권한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공단의 기능 확대도 제2차 공공기관 이전 전략에 반영해야 한다. 울산시가 유치를 추진했던 에너지재단은 에너지공단에 흡수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독립 기관 유치보다 재단의 인력과 에너지복지 기능을 울산으로 실제 이전하도록 요구하는 방식으로 목표를 바꿔야 한다.

정부가 밝힌 고용승계 원칙도 지역경제 효과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고용이 유지되더라도 근무지가 바뀌거나 기획·관리 부서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지역인재 채용과 지역업체 구매, 연구개발 발주, 지방세 납부지역 역시 통합본사와 조직 배치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울산시는 기관별로 본사 근무 인원과 지역인재 채용, 지방세, 지역업체 구매, 연구개발비, 지역 투자사업을 수치화해 개편에 따른 손익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 한 관계자는 “이번 기능개혁안에는 제도적인 큰 틀만 담겼고 통합기관의 본사 입지와 세부 기능은 아직 협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는 과정에서 울산에 유리한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