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끝내지 못한 이야기, 이중섭을 만나다 (1) 황소

이건희컬렉션 중 수작 꼽혀 얼핏 보면 닮은 ‘황소’ 네 점 배경색 등으로 구별 감상 포인트

2026-09-06     고은정 기자
황소, 1950년대, 26.5×36.7cm, 종이에 유화 물감,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울산시립미술관은 오는 10월 15일부터 2027년 1월 17일까지 2전시실에서 국립현대미술관과 공동기획한 ‘끝내지 못한 이야기-국민화가 이중섭’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2026 MMCA 지역동행 이건희컬렉션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황소〉를 비롯한 109점과 개인 및 유족 소장품, 아카이브 자료 등 약 140여 점을 선보인다. 짧은 생애 속에서도 끝내 붓을 놓지 않았던 이중섭의 작품 세계와 그가 남긴 이야기를 전시에 앞서 15차례에 걸쳐 미리 만나본다.

〈황소〉는 ‘이건희 컬렉션’ 가운데에서도 빼어난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 작품과 유사한 작품이 세 점 더 있어 얼핏 보면 서로 혼동하기 쉽다. 제작 시기와 장소, 제작 방법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더욱이 소의 얼굴만 근접해 그렸고, 자세도 한 점을 제외하고는 모두 비슷해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이중섭은 해방 이전 오산학교에 다니던 시절부터 소를 즐겨 그렸다. 소는 그가 반복적으로 다룬 대표적인 소재로, 소를 주제로 한 그림으로 미술전에서 입상한 경험도 있었다. 이 작품은 1953년에서 1954년 사이, 통영과 진주를 거쳐 서울로 올라온 시기에 그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작품은 강렬한 붉은색 배경 위에 강인하면서도 포효하는 듯한 소의 얼굴을 진중하고 묵직하게 표현했다. 두껍고 힘찬 선, 거칠고 빠른 붓질로 그린 소는 한 곳을 응시하는 눈빛으로 강한 생명력과 굳건한 의지를 드러내는 듯하다. 한편으로는 어딘가 애잔한 느낌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중섭은 단순히 소를 화면에 옮겨낸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한과 인내의 정서, 고단한 삶에 굽히지 않으려 했던 자신의 의지를 함께 담아낸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황소〉 연작 네 점을 구분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배경색을 살펴보는 것이다. 이 그림을 보는 여러분도 자신만의 구분법을 찾아보기 바란다.

울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김수아
김수아 울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