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쟁점] 대구선은 국비 지원…온산선 ‘전액 시비’ 합당한가

[온산선 폐선 3140억 ‘원인자 부담’ 딜레마(하)] 대구선도 지자체가 이설 요구했지만 국비 587억 투입 온산선 대체철도 핵심 존치 이유, 국가안보·군수 병참망 주민 안전 vs 국가안보 위한 대체선 비용 구분해야

2026-09-07     김상아 기자
울산 울주군 온양읍 발리건널목 인근 ‘온산선(온산역-남창역)’ 옆으로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 유해 화학물질로 분류되는 ‘황산’을 수송하는 열차가 건널목을 지나가는 모습. 울산매일 포토뱅크

온산선 폐선을 요구한 곳이 울산이라는 이유만으로 3,140억원에 달하는 대체철도 건설비 전체를 울산이 부담해야 할까.

과거 대구선 이설 사례를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았다. 대구선 역시 도심을 가르는 철도를 외곽으로 옮겨달라고 요구한 주체는 대구시였다. 하지만 최종 사업비 2,418억원 가운데 국비 587억원이 투입됐고 대구시는 1,820억원을 부담했다.

대구선은 현재 온산선에 적용되는 ‘원인자 전액 부담’ 규정이 법제화되기 전에 추진된 사업이다. 그렇다고 철도 비용부담의 기본 기조가 법령화 전후 완전히 달라진 것은 아니다.

정부는 2005년 철도건설법 시행령을 통해 원인자 요구에 따른 철도 이설비 전액 부담을 명문화했다. 다만 이는 새 원칙을 만든 것이 아니라 기존 예산·사업비관리 지침을 법제화한 것으로, 국가가 부담할 철도사업과 외부 요구로 발생한 비용의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대구선에 투입된 국비 587억원은 중요하다.

당초 정부가 대구선 이설에 지원한 국비는 105억원이었다. 이후 경부고속철도 건설과 연계해 동대구역의 화물취급 기능을 새 화물중계역으로 이전하고 일부 구간을 복선화할 필요가 생기자 대구시는 이 비용을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철도청 역시 화물중계역 신설 252억원과 일부 복선화 100억원 등 352억원은 국가사업과 연계해 발생한 비용인 만큼 국비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352억원의 국비를 추가로 확보했고 이후 설계변경 등으로 늘어난 130억원도 국가가 부담했다. 당초 국비 105억원을 포함해 최종 국비가 587억원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설을 요구한 곳은 대구시였지만 이설 과정에서 국가가 필요로 한 철도기능에 대한 비용을 국비로 지원한 셈이다.

온산선도 이 지점에서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온산선은 1979년 온산국가산업단지 산업화물 수송을 위해 개설됐다. 하지만 일반 산업화물은 하나둘 사라졌고 2024년 영풍의 황산 수송까지 중단되면서 현재 사실상 남아 있는 핵심 화물은 S-OIL에서 출하하는 군수용 항공유다.

항공유가 반드시 철도로만 운송돼야 하는 것도 아니다. S-OIL은 공군의 수송수단 다양화 요구에 따라 도로와 철도 운송을 병행하고 있다. 공군이 철도 운송을 계속 요구하는 이유는 전시·유사시에 대비해 도로와 철도를 아우르는 복수의 병참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반면 울산과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기존 온산선의 폐선이다. 온양·남창 일대 주거개발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인화성 위험물을 실은 열차가 생활권을 통과하는 문제를 없애고 철도로 단절된 도시공간을 재편하자는 것이다. 기존선을 없애면 울산이 원하는 목적은 상당 부분 달성된다.

그러나 폐선 이후에도 3,140억원을 들여 새 철도를 놓아야 하는 이유는 군수용 항공유의 철도 병참망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국가안보상의 필요 때문이다.

박순동 온양읍 주민자치위원장은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생활권을 관통하는 위험물 수송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것”이라며 “국가안보를 위해 새 철도망이 필요하다면 그 비용까지 전부 울산에 떠넘길 게 아니라 주민 안전과 국가 병참 기능을 구분해 합리적으로 분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결국 온산선 문제의 핵심은 3,140억원이라는 예산이 누구의 필요로 발생한 비용인지부터 따져야 한다.

대구선은 현행법 이전 사례지만 당시에도 지자체가 요구한 이설과 국가가 필요로 한 철도기능의 비용을 구분했다. 이후 원인자 부담을 법제화하면서도 국가가 부담할 철도사업과 외부 요구로 발생하는 비용의 책임 주체를 가른다는 기본 틀은 이어졌다.

온산선 역시 누가 기존 철도를 없애달라고 했느냐만 따질 게 아니라 3,140억원짜리 새 철도를 누가, 무엇을 위해 필요로 하는지까지 따져야 한다.

주민 안전을 위한 폐선과 국가안보를 위한 병참망 유지. 두 목적의 비용을 어떻게 구분할지가 온산선 폐선의 마지막 관문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