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 넘은 청소년 사이버 도박, 불법사이트 근절 절실
최근 경찰청이 3개월여간 운영한 ‘청소년 사이버 도박 자진 신고 기간’ 동안 전국에서 무려 1,777명의 청소년이 스스로 혹은 보호자를 통해 도박 사실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울산에서만 141명이 접수됐는데, 고등학생이 75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학생 62명, 학교 밖 청소년 4명이었다. 특히 2년간 도박에 2억원을 탕진하며 부모에게 폭력까지 행사한 끔찍한 사례마저 드러났다. 사이버 도박이 이미 우리 아이들의 일상 깊숙이 파고들어 학교와 가정생활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도박의 양상이다. 신고된 청소년 대다수가 바카라, 슬롯 등 중독성과 환전성이 극히 강한 ‘카지노형 도박’(전국 95.9%)에 손을 대고 있었다. 스마트폰 터치 몇 번이면 누구나 성인 인증도 없이 사설 도박판에 발을 들일 수 있는 무방비한 디지털 환경이 빚어낸 참사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게임이 순식간에 수백만, 수천만 원의 빚으로 불어나고,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학교 폭력, 갈취, 가정 폭력 등 2차 범죄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일상화되고 있다.
자진신고 제도는 처벌 위주의 접근에서 벗어나 조기 발견과 치료를 위한 것이다. 학교 전담 경찰관(SPO)의 적극적인 면담과 전문 치유 기관 연계를 통해 상당수 학생이 정상적인 학교생활로 돌아올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발을 들이는 공급망 자체를 차단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영원히 해결될 수 없다. 경찰이 면담 과정에서 확인한 464개의 도박 사이트 폐쇄·삭제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요청했다고는 하나,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씩 주소를 바꿔가며 SNS와 불법 웹툰·스트리밍 사이트 등을 통해 청소년을 유혹하는 불법 도박 카르텔을 방치하고서는 어떤 예방책도 무력하다.
정부와 수사 당국은 청소년을 겨냥한 불법 도박 사이트 근절에 국가적 역량을 ‘올인’해야 한다. 불법 사이트 운영 조직과 자금줄, 청소년 유인책에 대한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하고 무관용 원칙으로 엄단해야 한다. 아울러 수개월씩 걸리는 방심위의 사이트 차단 심의 절차를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긴급 차단 패스트트랙’을 즉각 가동해야 한다. 불법 사이트의 뿌리를 뽑아내는 단호한 결단과 실행만이 우리 아이들이 스마트폰 속 불법 카지노의 먹잇감이 되는 것을 막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