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학령인구가 줄어든다고 교육 재정을 줄이겠다고?

학령인구 감소만 보는 교육재정 개편 재정 축소땐 체험 중심의 교육 기회 잃어 미래 위한 투자…공교육 질 높이는 데 써야

2026-09-07     송광용 남산초 교사·동화작가
송광용 남산초 교사·동화작가

몇 해 전, 출전을 위해 땀 흘려 준비하던 아이들의 육상 대회와 스포츠클럽 대회가 갑작스럽게 취소되는 일이 있었다. 교육 현장에서 처음 접한 당혹스러운 상황이었다.

사정을 알아보니 원인은 교육 재정에 있었다. AI 디지털 교과서 사업 등 대형 정책 사업이 한꺼번에 추진되는 과정에서 교육청의 재정 압박이 심화되었고, 그 결과 예산 절감의 화살이 학생들의 체육·체험 활동 사업으로 가장 먼저 향했던 것이다.

교육 재정의 축소나 경색은 결코 정부 서류상의 추상적인 숫자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이 누려야 할 소중한 활동과 배움의 기회를 즉각적으로 박탈하는 현실적인 타격으로 다가온다.

최근 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의 산정 방식을 기존 내국세 연동형(20.79%)에서 경상 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개편을 추친한다고 밝혔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니 교육 재정도 그에 맞춰 줄여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는 교육의 특성을 무시한 재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다.

오늘날 자녀가 1~2명인 가정의 교육비가 예전에 자녀가 4~5명 있던 시절보다 줄어들었는가. 시대의 변화와 경제 성장에 발맞추어 학생들의 교육 환경, 교육 방식, 교육 내용은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그 과정에서 가정의 교육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왔는데, 이 같은 변화는 공교육에서도 다를 게 없다. 오히려 공교육에서는 더 많은 재정 투입으로 더 질 좋은 교육을 지향해야 한다. 공공재의 질은 평균 정도만 되면 된다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을 벗어나야 사교육에 쏠린 시선을 끌어올 수 있을 것이다.

학생 수가 줄어든다고 해서 학교 건물 유지비, 교원 인건비, 기본 운영비 같은 고정비가 비율대로 감소하지 않는다. 오히려 학령인구 감소 시대일수록 다문화 학생 지원, 기초학력 보장, 맞춤형 전인교육 등 학생 1인당 투입되어야 할 교육의 ‘질적 자원’은 더 커져야 한다. 양적 수치만으로 교육 재정을 획일적으로 자르겠다는 것은 궤변에 가깝다.

교육 재정이 축소될 때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예체능 활동, 창의적 체험학습, 늘봄학교 프로그램 같은 전인적 교육 기회다. 공교육이 이러한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면 그 빈자리는 결국 사교육과 가정의 경제력으로 메워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교육 불평등의 심화로 이어진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단편적인 프레임에 갇혀 교육교부금을 깎는 것은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을 스스로 깎아 먹는 일이다.

지금 학교는 멈춰 있지 않다. AI 대전환기를 맞아 사회는 학교에 그 어느 때보다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교육을 요구하고 있다.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미래형 수업 방식 도입, 다양한 체험 중심 교육을 실현하려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재정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경제 성장에 따라 내국세가 늘어나고 교육 재정이 확충되는 것은, 국가의 부가 늘어난 만큼 공교육의 질을 세계적 수준으로 올려놓겠다는 국가적 약속이자 투자 구조였다. 정부는 교육 재정을 ‘소모성 비용’이 아닌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로 바라보는 철학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반도체, AI 산업의 호조로 교육 세수가 늘어났다고 해서 이를 다른 재정 구멍을 메우는 데 전용하려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늘어난 재정으로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노후한 교육 환경을 개선할지, 공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송광용 남산초 교사·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