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A 등 4개 노조 “항만공사 통합 철회…효율성 검증부터”
2011년 정부 연구 인용 “연간 절감효과 50억 그쳐” ‘옥상옥·전문성 훼손’ 우려…공동 마케팅·해외거점 등 제안
2026-09-08 강태아 기자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항만공사 노동조합은 8일 세종시 재정경제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 효과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항만 운영체계를 바꾸는 것은 개혁이 아니라 정책 실패”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박신호 부산항만공사 노조위원장과 이영호 인천항만공사 노조위원장, 강덕호 울산항만공사 노조위원장, 남철희 여수광양항만공사 노조위원장이 참석했다.
정부는 지난 3일 4개 항만공사를 하나의 한국항만공사로 통합하고 기존 항만공사는 지역지사로 전환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기능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항만공사 간 연계를 강화하고 과당경쟁을 줄이는 한편 해외거점을 공동으로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노조는 정부가 통합의 비용과 편익을 먼저 검증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통합 방안을 발표한 이후에야 재정경제부가 편익 분석에 착수했다는 언론 보도를 근거로 “효과를 분석한 뒤 통합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 통합부터 정하고 뒤늦게 효과를 찾는 순서”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국토해양부가 중앙대학교에 의뢰해 2011년 실시한 ‘항만공사 운영 개선대책 마련을 위한 연구’도 근거로 제시했다.
당시 연구에서는 4개 항만공사 통합에 따른 연간 절감효과가 50억원에 그쳤고, 통합에 필요한 비용과 행정력을 고려하면 효과가 매우 미미한 것으로 평가됐다. 가상의 통합 항만공사도 비교 대상 기관보다 효율성이 낮고, 개별 항만공사의 효율성까지 하향 평준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노조는 통합 본사와 지역지사 체계가 오히려 의사결정 단계를 늘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통합본사가 개발·운영·물류·마케팅 등 핵심 업무를 맡으면 지역지사가 사실상 집행조직으로 축소되고, 지역지사가 기존 업무를 계속 수행하면 기존 항만공사 위에 통합 본사만 추가하는 ‘옥상옥’ 구조가 된다는 것이다.
항만별 기능과 산업구조가 서로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부산항은 컨테이너 환적, 인천항은 수도권 물류, 울산항은 액체화물과 에너지, 여수광양항은 석유화학·철강 물류를 중심으로 성장해 일률적인 통합 운영이 항만별 전문성과 자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물리적 통합 대신 공동 해외거점과 공동 마케팅, 정보시스템 연계, 중복투자 방지, 교육·연구 협력 등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재정경제부에는 통합에 따른 물동량과 항만 경쟁력, 선사·화주 서비스 개선 효과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해양수산부에는 항만의 지역성과 전문성을 지킬 것을, 국회에는 통합을 위한 항만공사법 개정안을 철저하게 검증할 것을 각각 촉구했다.
4개 노조는 “효율성이 검증되지 않은 통합은 항만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라며 “정부는 통합 결정을 철회하고 항만공사 간 협력체계를 강화하는 방안부터 검토해야 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