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HD현대중공업 노사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

2026-09-10     .

  HD현대중공업 노사가 또다시 파업의 악순환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 6월 상견례 이후 19차례 교섭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노조는 조직별 순환파업에 이어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부분파업에 나섰다. 노사 간 실무협의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갈등이 장기화하거나 전면파업으로 번진다면 피해는 노사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상여금 확대, 영업이익의 성과 공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조선업 호황과 회사의 실적 개선에 기여한 노동자들이 합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회사도 기본급 인상과 격려금 지급 등을 담은 제시안을 내놓았지만 노조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회사는 조선업의 경기 변동성과 국제 경쟁 환경을 고려해 고정비 부담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주장이 나름의 근거를 갖고 있는 만큼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양보만 요구해서는 해법을 찾기 어렵다.

  문제는 파업 장기화가 가져올 파장이다. 선박 건조는 수많은 공정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어 한 공정의 차질이 전체 건조 일정으로 번질 수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상선 부문 수주 목표를 이미 넘어섰고, 생산 현장은 납기를 맞추기 위해 사실상 완전가동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작업 차질이 누적되면 선박 인도 지연과 배상 부담은 물론 선주사의 신뢰까지 잃을 수 있다. 중국 조선업의 추격이 거센 가운데 생산 현장의 불안은 우리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일이 될 수 있다. 한미 조선 협력사업에도 좋지 않은 신호를 줄 우려가 있다.

  노사가 고민해야 할 부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협력업체와 지역경제가 입을 피해도 가볍게 볼 수 없다. 조선소의 생산 차질은 협력업체의 일감과 자금 흐름을 흔들고 노동자의 고용과 소득, 지역 상권의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다. 조선업 불황의 긴 터널을 지나 가까스로 되찾은 활기를 노사 갈등으로 다시 잃어서는 안 된다.

  노사는 파업과 대치만으로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회사는  호황을 일군 노동자의 기여에 합당한 보상안을 내놓고, 노조도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국제 경쟁력을 함께 살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힘겨루기가 아니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양보와 타협이다. 시민들은 노사가 조속히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조선산업과 지역경제의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려주길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