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끝내지 못한 이야기, 이중섭을 만나다 (2)세 사람

불안한 청년기, 세 개의 몸짓에 담아

2026-09-14     고은정 기자
세 사람, 1943-1945, 18.3×27.7cm, 종이에 연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이중섭은 ‘제국미술학교’를 1년 만에 그만두고, 1937년 ‘문화학원’에 입학한다. 3년제인 ‘문화학원’에서는 일본의 당시 사회 분위기와 달리 징병 유예라는 특혜 속에서 자유와 아름다움 그리고 초현실을 꿈꿀 수 있었다. 이 시기 이중섭은 문화학원 1년 후배인 ‘야마모토 마사코’(1945년 결혼하면서 이중섭은 ‘이남덕’이라는 이름을 지어 줌)를 만난다. ‘자유미술가협회’, ‘미술창작가협회’ 등에 작품을 출품하면서, 미래의 아내인 마사코에게도 글이 없는 그림엽서를 보내며 사랑을 전했다.

〈세 사람〉은 1942년부터 1943년 8월 귀국하기 전후에 그린 작품으로 추정된다. 그 근거는 먼저 작품 오른쪽 하단에 ‘대향’이라는 서명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이 시기 ‘대향’으로 서명한 작품으로 〈여인〉과 〈소와 여인〉이 있으며, 두 작품에는 1942년이라는 연도가 함께 적혀 있다. 이 작품에는 비록 1942년으로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연필을 사용하는 속도감, 화면 운영법 등이 매우 비슷하다.

이 그림은 ‘이시동도법(異時同圖法)’ 즉 다른 시간에 일어난 사건을 동일한 화면에 그리는 것으로 동서양에서 모두 볼 수 있는 화법이다. 따라서 화면 속 세 사람은 서로 다른 사람이 아니라, 고민이 가득할 때 머리를 감싸거나 턱을 괴는 것처럼 한 사람이 다른 행동을 표현한 작품이다. 자신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두려움, 그리고 넓은 세계로 나가고 싶지만 여의치 않은 청년의 무력감이 표현된 작품으로 보인다.
 

김수아 울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