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농수산물도매시장 율리 이전 원점 재검토…공론화 추진

김상욱 시장, 삼산동 현장 방문 시설 점검 이전 vs 시설 현대화 등 장단점 전격 비교 북부 제2도매시장까지 ‘패키지 검토’ 주문 상인·토지주·시민대표 참여 공청회 추진 수백억 매몰비·율리 토지 대책 등 ‘쟁점’

2026-09-14     김준형 기자
김상욱 울산시장이 14일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해 현장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이수화 기자
울산 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문제가 원점에서 공론화 과정을 밟게 됐다. 이전 예정지인 율리의 대체 개발과 삼산동 현 시장 현대화, 북부 제2도매시장 중단 여부를 ‘패키지’로 종합 판단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는 모양새다. 구체적인 방법은 시장 상인·율리 토지주·시민대표 등이 참여하는 ‘공식 공청회’를 여는 방안이다. 이전 타당성 판단에만 그치지 않고, 이전하지 않을 경우 매몰비용과 율리 토지 대책까지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김상욱 울산시장은 14일 남구 삼산동 울산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찾아 시설을 점검하고 상인들의 의견을 들은 뒤 관련 부서에 종합적인 검토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김 시장은 “이전을 한다면 도매와 소매 기능이 제대로 작동해야 하는데, 현장 의견을 종합하면 두 기능 모두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큰 이전비를 들이고도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유지비 부담까지 시 재정으로 돌아오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상욱 울산시장이 14일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해 현장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이수화 기자
이에 따라 시는 울주군 청량읍 율리 이전과 삼산동 현 부지 현대화를 각각 추진했을 때의 장단점을 비교하기로 했다. 사업비와 거래량, 이용객 접근성, 상인들의 입주 의향, 이전 후 예상 운영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이전 사업의 지속 여부를 판단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전을 추진하지 않는 경우를 전제로 율리 예정지를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지도 검토한다.

율현지구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등에 묶이면서 토지 소유자들이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아온 만큼, 이전사업만 철회한 채 예정지를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시는 경제·도시 관련 부서 간 협의를 거쳐 도시개발사업을 비롯한 대체 활용 가능성을 살펴볼 예정이다.

북부권에 별도로 조성하려던 제2농수산물도매시장도 중단 가능성이 커졌다.

제2시장은 현 농수산물도매시장이 율리로 이전하면 동구·북구 주민들의 접근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됐다. 그러나 전제가 되는 율리 제1시장 이전이 지연되면서 제2시장 관련 용역 역시 중단된 상태다.

율리 이전을 계속 추진하거나 중단할 경우 발생하는 비용도 판단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당초 계획보다 조성비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과 사업 중단에 따른 200~300억원의 매몰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삼산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은 1990년 3월 개장해 36년째 운영되고 있다. 약 4만1,300여㎡ 부지에서 연간 6만5,000t가량의 농수산물이 거래되며, 연간 거래금액은 약 1,800억원이다.

과거에는 농수산물 경매와 식당·전통시장 납품 등 도매 기능이 중심이었지만, 온라인 유통 확대와 대기업 급식업체의 자체 공급망 구축, 소비 형태 변화 등으로 도매 기능이 약화됐다. 현재는 도매와 시민 대상 소매, 회센터 기능이 결합된 소비지형 시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상인들은 시장이 율리로 이전하면 도매와 소매 수요를 모두 유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비교 대상으로는 포항 농산물도매시장이 거론됐다. 일부 상인들은 포항 도매시장이 외곽으로 이전한 뒤 도매와 소매 기능이 모두 약화되고 운영 적자가 누적됐다며, 울산이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도매 부문에서는 부산 반여농산물도매시장의 기장 철마 이전이 추진되고 있어, 율리에서 대형 도매시장과 직접 경쟁해야 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반여시장과의 거래물량 격차가 큰 상황에서 울산시장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주장이다.

소매 부문은 시민 접근성이 핵심 문제로 꼽혔다. 삼산동 현 시장은 도심 음식점과 전통시장 납품뿐 아니라 장보기와 회센터 이용을 위한 시민 방문이 적지 않지만, 외곽인 율리로 옮기면 이러한 수요가 급격히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도매법인 관계자는 “최근 농산물 유통은 규모보다 실제 판매처 확보가 중요해졌다”며 “울산은 도매와 소매가 함께 이뤄져야 시장 운영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상인들은 이전 대신 현 부지를 재건축하거나 단계적으로 현대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시장 내 유휴부지와 주차장 일부를 임시 영업공간으로 활용하고, 건물을 구역별로 차례로 재건축하는 순환정비 방식이다.

다만 현 시장을 그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안전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 관계자에 따르면 노후한 지붕과 벽체에서 누수가 이어지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누수에 따른 누전 사고가 두 차례 발생했다. 청과동 일부에서는 바닥 침하와 균열이 나타나 보수가 반복되고 있고, 최근 시설 안전등급은 C등급으로 파악됐다. 여름철 청과동 내부 온도가 36∼37도까지 오르는 가운데 저온저장시설과 화장실, 주차공간 등도 개선 과제로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