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울산 지역문화진흥, 콘텐츠 내실화에 달렸다

2026-09-15     강정원 논설실장

 

정부가 어제 지역 주도형 문화 균형발전을 위한 ‘제3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2026~2030)’을 발표했다. 지역이 스스로 정책을 설계하고, 중앙이 이를 뒷받침하는 문화자치로의 패러다임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발표 자료에 드러난 울산의 각종 문화 지표는 법정문화도시라는 위상을 무색하게 할 만큼 초라하다. 인구 100만 명당 문화기반시설 수는 45개로 전국 평균(65개)을 한참 밑돌며 16위에 그쳤고, 문화예술 관람률(58.8%)과 1인당 문화예술 지출비용(9만 5,449원) 역시 모두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물론 그간의 노력이 전무했던 것은 아니다. 울산은 광역자치단체 최초 법정문화도시 지정, 반구천 일대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생활문화센터 확충 등 굵직한 결실을 거두며 문화도시로서의 발판을 다져왔다. 그러나 이같은 성과 이면에는 여전히 뼈아픈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 문화 시설을 늘고 있지만 운영과 프로그램은 빈약했고, 문화예술 교육의 사후 성과관리는 부실했다. 취약계층의 문화 소외, 지역 고유 자원에 대한 체계적 아카이빙과 기초 연구 부족 역시 여전한 숙제로 남아있다.

무엇보다 지역 문화를 담아낼 ‘콘텐츠’가 부족했다. 시민의 발길을 끌어당길 양질의 프로그램과 지속 가능한 운영 시스템이 부재하다면 지역 주도형 문화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문화예술관람률과 지출비용이 낮다는 것은 시민들이 지갑을 열고 시간을 투자할 만큼 매력적인 지역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정부의 새로운 지역문화진흥 5개년 계획을 앞둔 지금, 울산 문화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명확하다. 바로 ‘콘텐츠의 내실화’다. 마두희·쇠부리 축제 등 지역 축제의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하고, 반구천의 암각화와 근현대 산업유산을 융복합 콘텐츠로 재해석하는 등 차별화된 울산만의 문화 자산 고도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 이를 위한 문화기획 전문 인력 양성, 지역 예술인들의 안정적인 창작 환경을 보장하는 인적 생태계 조성도 필요하다.

문화는 단순히 여가를 즐기는 수단이 아니다. 도시의 정주 여건을 결정짓고 청년 인구 유출을 막는 핵심 경쟁력이다. ‘머물고 싶은 도시’는 시민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문화적 온기에서 비롯된다. 울산시와 지역 문화예술계는 지역 문화의 콘텐츠 혁신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