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울산 수산물에도 이름이 필요하다
울산 수산물에도 고유 ‘이름’ 붙여 가공·포장·마케팅으로 가치 더해 지역 대표 브랜드로 키워나가야
같은 수산물이라도 어디에서 생산되고 어떤 이름으로 판매되느냐에 따라 그 가치는 달라진다. 좋은 수산물을 잡는 것만큼, 그 수산물의 가치를 제대로 알리고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 중요해졌다.
동해의 푸른 바다를 품은 울산은 방어진항과 정자항을 비롯해 서생일대 항을 중심으로 가자미, 미역 등 다양한 수산물이 생산되는 해양도시다. 그러나 오랜 시간 수산업 현장을 지켜보며 느낀 현실은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어업인들이 거친 바다에서 어렵게 생산한 수산물이 원물 중심으로 유통되면서 충분한 부가가치를 얻지 못하거나, 울산만의 고유한 브랜드로 인정받지 못한 채 소비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울산 수산업은 단순한 ‘어획과 판매’의 틀을 넘어 지역 수산물의 브랜드화와 고부가가치화를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오늘날 소비자는 단순히 싱싱한 식재료만 구매하지 않는다. 어디에서 생산됐는지, 품질을 믿을 수 있는지, 포장과 이용은 편리한지까지 함께 살핀다. 여기에 지역의 이야기와 신뢰가 더해질 때 하나의 브랜드가 만들어진다.
제주 은갈치, 완도 전복, 영덕 대게가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것도 생산량 때문만은 아니다. 지속적인 품질관리와 상품화, 지역 차원의 홍보와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지역을 대표하는 수산물로 자리 잡았다.
울산에도 좋은 수산물이 많지만 전국 소비자에게 ‘울산’을 떠올리게 하는 대표 수산 브랜드로 각인된 사례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산업도시와 태화강 국가정원이라는 이미지에 더해 울산의 바다와 수산물도 지역을 대표하는 경쟁력으로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먼저 가공산업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원물 위주의 유통구조는 가격 변동에 취약하고 어업인의 안정적인 소득 확보에도 한계가 있다. 정자 가자미를 활용한 간편조리식이나 밀키트, 미역을 활용한 가공식품, 소포장 제품과 선물용 상품 등 소비자의 생활방식에 맞는 다양한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 위생적이고 세련된 포장이 더해진다면 같은 수산물도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가공과 함께 필요한 것이 스토리텔링과 차별화된 마케팅이다. 울산 바다의 역사와 문화, 어업인의 삶과 정성을 상품에 담아야 한다. ‘어디에서 잡혔는지 모르는 수산물’이 아니라 ‘울산 바다에서 생산된 믿을 수 있는 수산물’이라는 신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울산 수산물에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단순히 상표 하나를 만드는 일이 아니다. 그 이름에는 일정한 품질이 있어야 하고, 생산과 유통 과정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좋은 이름을 만드는 것만큼 그 이름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지켜가는 일이 중요하다.
이러한 변화는 개별 어업인의 노력만으로 이루기 어렵다. 지자체와 지역 수협, 어업인이 함께 공동브랜드와 품질 기준을 만들고 가공·포장·유통·마케팅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특히 수협은 단순히 수산물을 위판하는 역할을 넘어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고 울산 수산물의 가치를 높이는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 공동의 이름 아래 품질과 유통을 함께 관리할 수 있다면 개별 어업인의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인 판로와 소득 기반을 넓히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판로도 다양해져야 한다. 오프라인 도매시장뿐 아니라 온라인 판매, 산지 직송, 라이브커머스, SNS 등 변화하는 유통환경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전국 어디에서든 소비자가 울산 수산물을 쉽게 찾고 주문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좋은 수산물을 생산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까지 연결되어야 한다.
울산의 바다는 여전히 큰 잠재력을 품고 있다. 어업인이 어렵게 생산한 수산물이 이름 없는 원물로 판매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가공과 포장으로 상품의 가치를 높이고, 울산 바다의 이야기를 입히고, 새로운 유통망을 통해 전국의 소비자와 만나게 해야 한다.
울산의 바다에서 생산됐다는 사실 자체가 품질이 되고 신뢰가 되고 하나의 브랜드가 되는 것. 그것이 울산 수산업이 만들어가야 할 다음 모습이다. 이제 울산 수산물에도 제대로 된 ‘이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이름이 곧 울산 수산물의 값어치가 되어야 한다.
박진성 울산수협대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