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108일 협상도 소용없었다…HD현대중 ‘추석 뒤 전면파업’ 가나

노사, 21차 교섭에도 추석 전 타결 결국 무산 사, 일시금·성과 보상…노, 고정임금 확대 요구 조선업 공동파업 ‘전운’까지…지역상권 ‘긴장’

2026-09-20     김귀임 기자
올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부분파업 현장. 울산매일 포토뱅크
HD현대중공업 노사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이 108일간 이어졌지만 결국 추석 전 타결에 실패했다. 추석 이후 전면파업 및 조선업계 공동파업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노사 갈등 장기화에 따른 지역사회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일 HD현대중공업 노사에 따르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노조)는 올해 임단협 교섭 결렬을 18일 선언했다.

앞서 노사는 추석 전 타결을 위해 지난 11일부터 일주일간 집중교섭을 벌였지만, 실무교섭에 그친 채 본교섭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지난 6월 2일 상견례 이후 108일간 교섭을 이어왔지만 결국 결렬된 것으로, 본교섭 차수로는 21차까지 진행됐다.

노조는 “이제는 HD현대중공업의 지주사인 HD현대에 책임을 묻겠다”며 상경 투쟁까지 예고했다.

이번 교섭의 최대 쟁점은 조선업 호황에 따른 경영성과를 기본급 등 고정임금과 성과급 가운데 어떤 방식으로 반영할 지다.

# “이미 안정화” 업계 최고 수준 제시 VS 조선업 호황 따른 ‘임금체계 개선’

회사는 앞서 열린 교섭에서 기본급 11만원 인상(호봉승급분 4만7,000원 포함) 등이 담긴 3차 제시안을 냈다. 이와 함께 격려금 1,000만원과 약정임금(구 통상임금) 200%, 상품권 50만원 지급 등이 담겼는데, 회사 측은 조합원 평균 약 3,968만원 수준의 연간 총 보상 효과가 있다는 입장이다.

더군다나 회사는 최근 3년간 평균 6.2%, 총 39만2,000원의 기본급 인상을 실시해 구성원 생활임금을 이미 안정화했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최근 3년간 기본급 인상(%)을 살펴보면 2023년 12만7,000원(6.3%), 2024년 13만원(6.2%), 2025년 13만5,000원(6.1%)이다.

그러나 노조는 회사의 제시안을 “기대에 못미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조가 요구한 기본급 인상액은 14만9,600원으로 상여금 100% 인상과 영업이익 최소 30% 성과 공유 등을 요구하고 있다. 휴가비와 축하금 등의 통상임금 산입과 신규 채용 등도 요구안에 포함됐다.

특히 노조는 일시적으로 지급되는 격려금보다 향후 조선업 불황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고정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HD현대중공업의 제시안이 올해 현대자동차 등 업계 타결안보다 높다고 본다.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이 제시한 기본급 인상액은 현대자동차보다 1만원 높은 수준이다. 또 동종업계인 한화오션이 당사 노조에 2차로 제시한 기본급 10만원 인상, 일시금 650만원 등과 비교해도 선두에 있다.

# 추석 후 ‘전면파업’ 가능성↑...지역사회 “파업으로 뒤숭숭한 분위기”

이번 결렬로 추석 전 타결은 사실상 무산됐다.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더라도 조합원 찬반투표 등의 절차가 남아 있어 추석 연휴 전 합의까지 마무리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추석 이후 노조의 대응 수위가 어떻게 정해질지가 관건이다. 노조는 그동안 “추석 전 타결이 되지 않을 경우 기한에 목매지 않고 총력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혀온 만큼 전면파업 등 추가 파업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노조는 이달 들어 투쟁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여왔다. 지난 2일 집행간부와 대의원 등의 부분파업에 들어간 데 이어 11일과 14~15일에는 전 조합원이 4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였다. 16일~18일은 파업 시간을 7시간으로 확대했다.

더 큰 변수는 조선업계 노조의 공동투쟁이다.

한화오션 등 8개 조선사업장 노조가 참여하는 조선업종노조연대는 추석 연휴 이후 공동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미 한화오션 노조 18일 거제조선소 4대 크레인을 점거하는 ‘골리앗 농성’에 돌입했다.

파업이 장기화하고, 참여 규모가 커질 경우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조선업은 울산 동구를 중심으로 협력업체와 식당, 숙박업소 등 지역 상권과 연결돼 있어 파업 장기화에 따른 소비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하동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조선소 직원들이 주로 평일 저녁에 찾아오는데 요즘 파업 이야기가 계속 나오니 상인들도 신경이 쓰인다”며 “교섭이 빨리 마무리돼 상권에까지 불안한 분위기가 번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작년 임금협상 교섭에서 전면파업 4차례, 부분파업 11차례 등 모두 15차례 파업을 벌인 끝에 교섭을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 지부장이 40m 높이 턴오버 크레인에 올라 점거하는 ‘골리앗 농성’을 펼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