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계유산 ‘반구천의 암각화’ 대중교통 접근성 높여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반구천의 암각화'를 보기 위해 전국의 탐방객과 연구자, 외지 관광객들이 울산의 관문인 KTX 울산역으로 모여들고 있다. 하지만, 정작 역에서 암각화 현장까지 이어지는 대중교통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해 방문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세계적 문화유산을 품고도 정작 찾아가는 길을 열어주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현재 울산역에서 반구천 일대로 향하는 교통편의 실상은 민망한 수준이다. 반구대 암각화 주차장까지 환승 없이 곧바로 닿는 직통 시내버스는 하루 고작 2회 운행하는 383번 노선뿐이다. 이 시간대를 놓치면 배차간격이 1시간을 훌쩍 넘는 시내버스를 타고 '반구대 입구'에서 내린 뒤, 다시 반구천 무료 순환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그러나 이 순환버스마저도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루 8회만 운행되며, 시내버스와 순환버스 간의 배차 시간 연계가 엉성해 정류장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허비하기 일쑤다. 대중교통만 믿고 울산을 찾은 뚜벅이 여행자들에게 ‘반구천 가는 길’은 피로 그 자체다.
울산시가 어제 열린 2027년도 주요 업무계획을 통해 KTX 울산역과 반구천의 암각화 일원을 직접 연결하는 무장애버스 노선을 내년에 도입하고, 현재 1대인 현장 순환버스를 2대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늦었지만 관람객 이동 편의를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전망대 모형 체험시설과 투명 오버레이 안내판 설치, 1.2㎞ 구간의 야간 경관조명 조성 등 현장 관람 환경을 고도화하겠다는 구상 역시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버스 한두대를 증차하거나 연계 노선을 하나 신설하는 땜질식 처방만으로는 급증하는 방문 수요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다. 계획된 무장애 직통 노선이 도입되더라도 배차간격이 촘촘하지 못하고 KTX·SRT 열차 도착 시간과 유기적으로 맞물리지 않는다면 실효성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또한 울산역뿐만 아니라 태화강역, 울산공항, 고속·시외버스터미널 등 도심 주요 거점과 연계하는 대중교통 이동 동선까지 함께 고민해야 마땅하다.
문화유산의 진정한 가치는 많은 사람이 쉽게 찾아와 감동을 나눌 때 비로소 완성된다. 울산시는 내년도 노선 도입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것은 물론, 열차 시각과 맞춘 스마트 연계 배차, 주말·휴일 집중 배차 등 수요자 중심의 교통 대책을 서둘러 구체화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