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 아직 곤궁한 처지가 아니다

지구 재앙 공허한 호소 한계 다다라 모두에 이익 되고 편리한 화폐 필요 블록체인 기반 대중 화폐 혁명으로

2026-09-21     조재원 UNIST 교수
조재원 UNIST 교수

 빙하 붕괴로 인한 네팔 대홍수로 발생한 사망자와 실종자 수가 수천 명이다. 하루 지나면 사망자가 계속 늘어난다. 한국인 실종자도 9명이나 된다. 한국인 실종자와 네팔 실종자의 무사 귀환을 우리는 모두 바란다. 그리고 빙하 붕괴는 기후변화에 기인한 것이라 믿는다. 그런데 여기까지다. 기후변화 재앙에 공감하지만, 일상에서 극복 노력을 하는 것은 아니다. 노력하지 않는 것을 탓하자는 게 아니니 화내지 말고, 조금만 더 읽어 주길 바란다. 이번 네팔 사태를 겪고도 기후변화 재앙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탄소 감축을 위해 노력하자고 호소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탄소 배출국 따로 있고 기후 재앙 피해국 따로라는 논리로 기후 재앙의 피해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끝날 것 같으면서 이란-미국 전쟁은 이어지고 새로운 긴장과 대립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에는 한술 더 떠서 한국도 파병을 압박받고 있고 정부도 이번에는 국익 차원에서 아주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런데 한가지 고려했으면 하는 것이 있는데, 국지적 전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전 세계가 인공지능 전지전능에 감탄하면서 푹 빠져있다. 일부 전문가의 우려와 최근 커진 AI로 인한 인류 멸망 시나리오에 움찔하다가도 금세 다시 AI 품으로 돌아온다. 정부도 지금 AI 기술 개발로 IT 기반 마련과 성장 기회를 놓치면 국가 경제의 미래가 없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AI가 침투할 인류 문명의 폐해가 걱정은 되지만 AI가 가져다줄 편리, 효율 그리고 무엇보다 경제적 이익을 고려하면 AI와 함께할 미래를 선택한 것이다.

 아주 냉정하게 우리를 살펴보면, 기후변화 위기, 전쟁, AI가 만드는 인류에 대한 위협에 우리는 아직 곤궁한 처지가 아니다. 그러면서 탄소를 감축하자, 전쟁 해결에 기여하자, AI 윤리를 마련하자는 아주 공허한 말을 거듭 주장한다. 왜? 아직 곤궁한 처지를 겪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린 네팔, 이란, 우크라이나 국민, 기후 붕괴 미래를 살 인류도 아니고 2026년 대한민국 국민일 뿐이다. 뉴스로만 접할 뿐 처지가 그렇게 곤궁하진 않다. 그러니, 유엔이 정한 탄소 감축 목표, 전쟁을 끝낼 정치 지도자들의 협상, AI 윤리 전문가의 노력이 효과가 있길 기대한다. 그런데 그런 일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불안한 예감은 무엇일까?

 불안은 우리 몫이다. 유엔, 정치 지도자, AI 윤리 전문가의 노력이 필요 없다는 게 아니라 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안하다면 우리 자신이 직접 하는 노력은 없다는 데 그 이유가 있다. 만약 기후변화, 전쟁, AI에 대해 전혀 불안하지 않다면 그건 전혀 다른 차원이다. 하지만 불안하다면 인간임을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리 적더라도 모든 노력은 구체적이고 효과적으로 직접 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기후변화 재앙, 전쟁 폐해, AI 위협에 관해 우리는 곤궁한 처지에 제대로 들어가야 한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기후 재앙 화폐, 전쟁 제지 화폐, 안티(anti)-AI 화폐가 통용되고 있는 곳은 없다. 미국 달러를 여전히 사용하고, 금과 경제 패권을 쥔 똘똘한 주식에 계속 투자하더라도, 일상에서 거래할 때 쓸 수 있는 기후 화폐, 반전 화폐, 안티-AI 화폐가 '돈'으로 사용되는 아이디어가 시급하다. 여기서 꼭 지켜야 할 '화폐 원칙'이 있는데, 이런 화폐를 사용하면 기후 재앙을 막고, 전쟁을 멈추고, AI 윤리를 지킬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자랑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러면 말짱 도루묵이다. 이 화폐를 쓰면 그냥 편리하고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이익이 생기게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강조하지만 그냥 쓰기 좋고 쓰면 모두에게 이익이 생겨야 한다. 그러니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각 화폐를 대중이 사용하면 생기는 이익 일부가 기후변화 탄소 감축, 전쟁 억제, AI 윤리 형성에 별도의 통제나 관리 없이도 쓰이도록 블록체인 기반으로 처음부터 설계해야 한다.

   기후 화폐, 반전 화폐, 안티-AI 화폐는 암호 화폐의 형식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투기 화폐가 아니라, 블록체인 기본 철학에 철저하게 기반해야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만 의지할 뿐 중앙 집중 통제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 처음에는 어찌 될지 모르니 카페, 식당, 마트, 기업에서 기후 화폐, 반전 화폐, 안티-AI 화폐를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당연하다. 하지만 누군가 받기 시작하면 버티던 심리적 둑이 무너져 걷잡을 수 없는 화폐 혁명이 시작될 것이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권력자, 지도자를 바꾼 혁명이 아닌 화폐 혁명이 일어나는 것이다. 곤궁한 처지를 제대로 인식한 대중이 역사상 처음으로 권력자 또는 정치 지도자에 의지하지 않고 직접 전 지구적 재앙을 해결하는 아주 즐거운 상상을 해보자. 그러니 당장 만나 바로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