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기후위기교육, 학교 숲에서 시작해야
울산 기후위기교육 시설 접근성 한계 반짝 방문 아쉬움…학교 숲 활용 추천 살아 있는 생태교육장으로 만들어야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폭염과 집중호우, 가뭄과 산불, 생태계 변화 등 기후변화의 영향은 이미 우리의 일상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에서도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생태환경교육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그 방향을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외부(서생면 소재) 교육시설에서 이루어지는 일회성 체험교육과 학생들이 매일 생활하는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생활 속 환경교육 가운데 어느 것이 기후위기교육의 본질에 더 가까운가.
울산의 기후위기교육 시설은 도심에서 상당한 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학생들이 장거리 버스를 이용해야 하는 만큼 학생 안전, 버스 임차료, 차량 운행에 따른 탄소배출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교육하기 위해 장거리 이동을 반복하는 방식이 과연 바람직한지 정책적으로 검토할 시점이다.
기후위기교육은 특별한 시설을 한 번 방문하는 체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학생들이 매일 생활하는 학교에서 자연을 관찰하고 환경의 변화를 느끼며 직접 실천하는 교육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학교 숲은 가장 가까우면서도 훌륭한 기후위기교육의 공간이다. 학교 숲은 단순한 조경시설이 아니다. 학생들에게 그늘과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정서적 안정을 돕는 동시에 계절의 변화와 생태계를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살아 있는 교육공간이다.
그러나 학교 숲의 관리가 녹록지 않다.
최근 울산 곳곳에서 소나무재선충병으로 소나무가 고사하고 있으며 학교도 예외가 아니다. 학교를 아름답게 감싸던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병해충으로 고사하거나 제거되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생활하는 공간에서 나무가 하나둘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학교 숲이 황폐해지는 현실을 방치하면서 자연을 보호하라고 가르친다면 교육의 메시지는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울산교육청의 기후위기교육 방향에 대해 몇 가지 제언을 하려고 한다.
첫째, 학교별 학교 숲 가꾸기 예산을 별도로 편성해야 한다. 학교 규모와 숲의 면적, 수목의 상태 등을 고려해 차등 지원하고 병해충 방제, 고사목 제거, 수목 보식, 생태공간 조성 등을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특히 소나무재선충병 등 산림병해충은 관계기관과 연계해 전문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학교 숲을 교육과정과 연계한 생태교육의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 학생들이 나무의 생장과 계절의 변화를 관찰하고 기록하며 탄소흡수와 생물다양성, 기후변화의 관계를 직접 배우도록 해야 한다.
셋째, 기존 기후위기교육 시설은 폐지보다는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학교에서 매일 실천하는 생활 속 환경교육을 기본으로 하고, 외부 전문시설에서는 심화·체험교육을 담당하도록 기능을 분담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학생들이 버스를 타고 멀리 이동해 한 번 체험하는 것보다 매일 등교하면서 만나는 나무 한 그루를 관찰하고, 직접 심고, 가꾸고, 보호하는 경험이 기후위기교육의 본질에 더 가까울 수 있다. 자연을 직접 경험한 학생은 기후변화를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연결된 문제로 받아들이게 된다.
울산교육청은 새로운 시설과 프로그램을 확대하기에 앞서 이미 학교에 존재하는 숲과 나무를 살리고 가꾸는 데 더 많은 관심과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학교마다 건강한 나무가 자라고 학생들이 자연을 관찰하고 가꿀 수 있는 생태공간이 조성된다면, 그 자체가 가장 현실적인 기후위기교육의 기반이 될 것이다.
이제 울산의 기후위기교육도 ‘멀리 가서 배우는 교육’에서 ‘학교에서 매일 실천하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 박봉철 울산교총 상임고문·본지 독자권익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