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구가 줄어도 집값은 오를 수 있을까

울산 집값의 변수 ‘인구’만이 아냐 교통·교육·신축 여부 따라 수요 집중 생활권별 집값 격차 더 벌어질 수도

2026-09-22     차경석 이스턴투자개발 과장
​차경석 이스턴투자개발 과장

대한민국은 2019년 주민등록인구가 정점을 찍은 이후 6년 연속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울산은 젊은 인구의 감소가 특히 두드러진다. 2024년 울산의 19~39세 청년인구는 약 25만2천 명으로 전체 인구의 23.5%였다. 2015년보다 6.2%포인트 줄었다. 사람이 줄면 거주공간의 수요도 감소할 것이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집값도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시장은 그렇게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주택 수요는 인구보다 ‘가구’에 더 가깝다. 통계청은 전국 가구 수가 2022년 2,166만 가구에서 2041년 2,437만 가구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울산 역시 2034년까지 가구 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인구가 감소한다고 주택 수요가 곧바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서울을 보면 인구 감소와 집값 상승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서울 인구는 2015년 990만7천 명에서 2025년 924만7천 명으로 약 6.7%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KB부동산 통계상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70.7% 상승했다. 물론 서울과 울산의 상황은 다르다. 서울의 주택 수요가 훨씬 탄탄하기 때문이다. 다만 인구가 줄었다는 이유만으로 집값도 반드시 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럼 무엇이 가격을 결정하는가? 사람들이 웃돈을 주고서라도 사고(buy) 싶어 하는지가 중요하다. 직장과의 거리, 교통, 교육환경, 생활편의시설에 신축 여부와 단지 규모 같은 상품성이 더해진다. 울산도 비슷하게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구열이 높고 편의시설이 몰려 있으며 출퇴근이 편리한 지역에 수요가 집중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울산 독자들이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몇몇 지역도 아마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난번 기고한 글에서 도시는 결국 메가시티화 되고 사람과 기능은 일부 거점으로 집중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주택시장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울산 전체의 인구가 줄더라도 모든 지역의 수요가 똑같이 줄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핵심 입지로 수요가 몰리면서 지역 간 가격 차이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2025년 울산의 구·군별 순이동을 보면 울주군만 841명이 순유입됐다. 하지만 이를 울주군의 주택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가장 큰 순유입 사유도 ‘주택’이 아니라 ‘가족’이었다. 무엇보다 울주군은 울산 전체 면적의 약 70%를 차지할 만큼 넓다. 같은 울주군이라도 범서와 언양·삼남, 온산과 서생은 전혀 다른 생활권이다. 결국 주택시장을 볼 때 중요한 것은 어느 구·군으로 사람이 이동했느냐보다 어느 생활권을 선택했느냐다.

울산에서는 범서읍 구영리를 생각해볼 수 있다. 2000년대 구영지구에 대규모 아파트가 공급되면서 범서읍의 인구는 급격하게 늘었다. 2010년 범서읍 인구는 6만1천 명을 넘어섰고, 당시 구영리에만 약 3만1천 명이 살고 있었다. 개발 여력이 충분했던 지역에 양질의 신규주택이 대규모로 공급됐다. 기존 도심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새 아파트를 선택할 수 있었다. 교통도 중요했다. 남구 무거동과 인접했고 이후 중구 방향 도로망도 확충됐다. 사람이 모이자 상권과 교육시설이 자리 잡았고, 다시 주거 선호도를 높였다. 현재는 구영리 옆 선바위지구에 추가적인 주택 공급이 추진되고 있다. 2023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됐고 2025년 12월에는 지구계획까지 승인됐다. 다만 사업 참여 구조 등의 문제로 추진 속도는 늦어진 상태다. 선바위는 기존 구영리의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도심과 더 가까운 구영리 초입이나 굴화를 선호하는 수요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선바위는 그 차이를 상쇄할 가격과 상품을 제안해야 한다.

인구가 줄어도 집값은 오를 수 있을까? 가능하다. 다만 모든 집값이 함께 오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인구가 줄어들수록 남아 있는 가구는 더 좋은 입지와 상품을 선택하려 할 것이고, 그 수요는 일부 생활권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구영리가 새로운 주거거점으로 성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양질의 주택과 교통, 생활 인프라가 갖춰지자 사람이 모였다. 선바위 역시 사람들이 기존 선호지역 대신 선택할 만한 조건을 만들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따라서 인구 감소 시대의 집값을 볼 때는 도시 전체의 인구 숫자만 봐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남아 있는 가구가 결국 어디를 선택하느냐다.

울산의 인구가 계속 줄더라도 사람들이 원하는 몇몇 생활권의 주택가격은 오를 수 있다. 반대로 선택받지 못한 지역은 같은 도시 안에서도 수요가 더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 결국 인구 감소는 모든 집값의 하락을 의미하기보다, 오르는 곳과 떨어지는 곳의 차이를 더 크게 만드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차경석 이스턴투자개발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