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박제상유적 망부석 진위 논란…향토사학자들 재검증 요구

울산시 기념물 제1호 ‘박제상 망부석’ 향토사학자들 “진짜는 경주 외동” 주장 울주군·울산시에 지정 해제 심의 청원

2026-09-27     고은정 기자
울산 울주군 두동면 만화리와 월평리로 이어지는 치술령에 있는 울산 망부석(바위). 향토사학자들은 문헌자료와 구비자료 등을 근거로 이 바위의 지정 타당성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울산광역시 기념물 제1호인 ‘박제상유적 망부석’의 진위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울산지역 향토사학자들이 문화유산 지정 해제 심의 청원에 나섰다. 2022년 울산시문화원연합회가 펴낸 『울산지역문화연구』에 실린 논고 ‘문헌자료와 답사로 톺아 본 치술령 망부석’을 통해 제기됐던 문제가 4년 만에 행정 검토 요구로 이어진 것이다.

박채은 전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등 울산지역 향토사학자 5명은 최근 울주군과 울산시에 ‘문화유산(기념물) 지정 해제에 대한 심의청원서’를 제출했다. 청원서는 지난 9월 8일 울주군에, 9월 16일 울산시에 각각 접수됐다.

청원인들은 울주군 두동면 만화리 산30-2 일원에 있는 울산광역시 기념물 ‘박제상유적 망부석’의 역사적 근거와 지정 타당성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원에는 박채은 전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박상홍 전 울주문화원 이사, 김건곤 울산 암각화 연구자, 변상복 울산북구문화원 지역학 연구위원, 김영우 울산남구문화원 지역학 연구위원이 이름을 올렸다.

치술령 망부석은 신라 충신 박제상의 부인이 왜국으로 떠난 남편을 그리워하다 치술령에서 숨져 돌이 됐다는 설화와 관련된 유적으로 알려져 있다. 울산시는 1997년 박제상 관련 유적을 울산광역시 기념물 제1호로 지정했다.

그러나 망부석의 실제 위치가 울산 두동 쪽인지, 경주 외동 쪽인지를 두고 향토사학계에서는 2022년 논고 등을 통해 문제 제기가 있었다. 현재 울산 쪽에는 울산광역시 기념물 제1호 ‘박제상유적(망부석)’ 안내판이 세워져 있고, 경주 외동읍 녹동리 일원에도 해당 바위가 망부석일 것으로 추정된다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청원인들은 이번 청원서에서 문헌자료와 현장 답사, 구비자료 등을 근거로 현 지정 망부석에 대한 심도 있는 고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1934년 『울산읍지』의 기록에 일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하며, 치술령을 하나의 지점이 아니라 울산과 경주를 잇는 능선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신증동국여지승람』, 『동경잡기』, 『동경통지』, 『경주읍지』 등에는 신모사 관련 위치가 치술령 정상부로 기록된 반면, 『울산읍지』의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는 점도 재검토 대상이라고 봤다.

경주시 외동읍 녹동리 치술령 정상 부근에 있는 바위. 향토사학자들은 문헌기록과 현장 지형 등을 근거로 이 바위가 실제 치술령 망부석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원인들은 문헌기록과 현장 지형을 종합할 때 실제 망부석은 울산 두동 쪽이 아니라 경주 외동 녹동리 쪽 바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치술령 정상부와 신모사 위치에 관한 여러 문헌 기록은 경주 쪽 바위와 더 부합하는 반면, 울산 쪽 바위는 주민들 사이에서 ‘베틀바위’로 전해졌고 뒤늦게 ‘망부석’ 글자가 새겨졌다는 증언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현 지정 망부석의 문화유산적 가치와 지정 근거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구비자료도 근거로 제시했다. 『한국구비문학대계』에는 박제상 부인의 망부석과 관련해 치술령에서 죽었다는 전승과 함께, 울산과 경주 쪽에서 서로 망부석 위치를 다르게 인식해 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기존 울산지역 문헌에 대한 문제 제기도 포함됐다. 청원인들은 1983년 울주군이 발간한 『내 고장의 정기』와 1994년 울산문화원이 발간한 『울산문화재총람』 등에서 울산 망부석을 설명하면서 경주 쪽 바위 사진이 실린 사례를 언급하며, 관련 자료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채은 씨는 “현 지정 망부석은 문헌자료와 구비자료, 현장 정황을 종합해 볼 때 실제 망부석으로 보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문제 제기는 울산과 경주 중 어느 지역의 유산이냐를 다투자는 것이 아니라, 후대에 올바른 역사 인식을 남기기 위한 것”이라며 “관계기관이 더 이상 문제를 미루지 말고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와 지정 타당성을 공식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