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울산의 산업전환, 경쟁력 있는 전기요금제에서 시작된다
울산 AX 가속, 에너지 사수 경쟁 산업 기반 전기요금제 차등 적용 기업 투자 이끌고 미래 성장 동력
울산은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어 온 대표적인 산업도시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국가 기간산업이 집적돼 있고, 수많은 협력기업과 숙련 인력, 항만과 산업단지가 유기적인 산업생태계를 이루고 있으며, 생산된 제품과 기술은 지역경제를 넘어 국가 공급망과 수출 경쟁력에 기여해 왔다.
그러나 지금 울산의 산업현장은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글로벌 공급과잉과 수요 둔화, 탄소중립 규범의 확산, 주요 제조국 간 경쟁 심화 등으로 기존의 경쟁력만으로는 미래를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일부 지역이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주력산업의 경영 여건도 녹록지 않다.
이제는 기존 제조업 경쟁력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새로운 산업 경쟁력으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 그 전환의 핵심 가운데 하나가 제조 AX다.
최근 열린 ‘2026 울산포럼’에서 논의된 제조 인공지능 전환은 단순히 생산 현장에 새로운 장비나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숙련자의 경험과 제조 데이터를 축적하고, AI를 활용해 생산·품질·안전·정비를 고도화함으로써 공장과 산업단지, 나아가 공급망 전체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혁신을 의미한다. 다양한 제조 현장이 밀집한 울산은 제조 AX를 실증하고 확산하기에 최적의 기반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제조 AX는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대규모 설비가 연중 가동되는 기간산업의 특성상 안정적이고 경쟁력 있는 에너지 공급은 필수 조건이다. 인공지능이 공정 데이터를 분석해 설비 이상을 미리 감지하고, 생산과 품질,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할수록 전력은 단순한 비용 요소를 넘어 제조혁신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기반이 된다. 기업이 장기적인 설비 전환과 기술 투자, 에너지 효율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해서도 예측 가능하고 경쟁력 있는 에너지 여건은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정부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바탕으로 본격 추진 중인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 '산업용 전기요금제'라는 이름으로 정부가 공개한 방안은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이 방안은 전국을 수도권 남부(1㎾h당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 폭 0~1원), 수도권 북부(6~10원), 중부권(10~15원), 남부권(13~18원)으로 나눠 요금 인하 폭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다. 수도권에서 먼 지역일수록 인하 폭이 확대되는 구조다.
그러나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는 단순히 지역별 전기요금에 차등을 두는 정도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전력수급의 지역 간 불균형을 완화하는 동시에 지역 산업의 투자와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산업경쟁력 강화 정책으로 설계돼야 한다. 지역의 전력 공급 여건뿐만 아니라 산업 구조, 산업 전환에 따른 투자 부담, 국가 공급망에서 지역이 담당하는 역할까지 함께 살필 때 비로소 제도는 균형발전과 산업경쟁력 강화라는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다.
울산은 전통 제조업의 탄탄한 기반 위에 AI와 데이터, 에너지 효율 혁신을 접목해 새로운 성장경로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실질적인 성과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미래를 내다보고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함께 조성돼야 한다.
특히 국가 기간산업이 집적돼 있고,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경영 여건이 엄중한 울산에는 기업의 미래를 위한 투자와 산업 전환을 이끌 수 있는 가장 경쟁력 있는 수준의 산업용 전기요금제가 적용돼야 한다. 이는 기업의 투자 여력을 높이고, 제조 AX와 설비 전환, 에너지 효율화를 촉진해 울산 산업의 고도화를 앞당기는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다.
울산의 산업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그 성과는 개별기업을 넘어 협력기업과 산업단지, 국가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대한민국 제조업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이다.
결국 울산에 가장 경쟁력 있는 수준의 산업용 전기요금제를 적용하는 일은 지역산업의 혁신을 촉진하고, 국가 제조업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여는 출발점이다.
산업화를 이끌어 온 울산이 이제는 제조혁신과 산업 전환을 선도하며 새로운 성장의 길을 열어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지역 전기요금제는 울산의 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중요한 정책 기반이 될 수 있다. 지역 전기요금제가 지역의 산업적 특성과 역할을 충분히 반영해 지역균형발전과 국가 산업경쟁력 제고라는 본연의 목적을 함께 달성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윤철 울산상공회의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