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울산항 수익·투자 역유출 우려…‘공동 협력 모델’ 주목
[긴급진단_4대 항만공사 통합 추진…울산항 미래는?] (하)울산항, 지키는 방법은 있다…반대를 넘어선 대안
2026-09-29 강태아 기자
울산항만공사와 울산연구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울산항 관련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연간 11조2,000억원, 생산유발효과는 33조4,000억원, 일자리 창출효과는 10만7,000명에 달한다. 이익잉여금도 2025년 기준 2,879억원을 넘지만, 이미 항만 개발과 준설 등에 투입돼 자산으로 남은 장부상 누적이익이라는 게 공사 측 설명이다.
지역에서는 이 재원이 앞으로도 울산항에 쓰일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통합 본사가 출범하면 회계 관리가 본사로 넘어가고, 수익의 사용처도 본사의 우선순위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이다. 부산항만공사가 추진 중인 지능형 항만 사업에는 3조~4조원이 투입될 예정으로, 이로 인한 부산의 부채 규모도 상당하다. 지역 항만업계 관계자는 “울산이 벌어들일 돈이 다른 지역의 대형 사업 부채 상환이나 사업비로 흘러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항만위원회를 둘러싼 우려도 나온다. 항만위원회는 지자체 추천 위원이 참여하는 구조로, 지역이 항만 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로 꼽혀왔다.
통합 후에는 위원 정수의 한계로 울산 몫이 한두 자리로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울산시의회는 시의원 22명 전원 발의로 반대 결의안을 채택했다.
캐나다는 연방·지자체·주가 함께 이사를 지명하고, 일본은 항만관리자 자체가 지방자치단체인 사례를 들어, 지자체 참여권 축소가 국제 흐름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의 항만공사 통합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감사원은 2010년에도 통합방안을 강구하라고 권고했지만, 이듬해 국토해양부가 의뢰한 연구용역은 ‘자율성과 독립적 책임경영을 보장하는 현행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이번엔 기획재정부 산하 태스크포스가 통합안을 주도했는데, 4개 항만공사 노동조합 측으로부터 “충분한 편익·비용 분석 없이 통합이 추진되고 있다”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통합이 유일한 해법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항과 롱비치항은 2014년 통합 제안을 거부하고 지금도 따로 운영되고 있다. 시애틀항과 타코마항은 2015년 노스웨스트 시포트 얼라이언스를 결성해 조직과 자산 소유권은 각자 유지하면서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만 공동으로 관리한다.
지역 항만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해외 거점 확보나 공동마케팅 같은 협력이 필요한 업무를 먼저 정하고, 법인격과 지역별 의사결정 구조는 유지하는 방식이 가능하다”라며 “정부가 협력 모델과 법인 통합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해 통합으로 얻는 추가 편익이 무엇인지 제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지역 정치권에서는 부산·인천·여수광양과의 공동 대응을 이어가되, 위험물 안전관리와 에너지 공급망 안정성이라는 울산의 특수성을 별도로 강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구대의 고래잡이 그림부터 신라의 뱃길까지 새겨온 해양 DNA를 가진 이 항구가, 이번 통합 논의를 거치며 어떤 형태로 자리잡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