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새 길을 열다] 공장 고장 잡던 울산 AI, 전통시장 화재까지 막는다

[기업, 새 길을 열다_아이티공간] 전류 예지보전 AI 시스템 ‘유예지’ 인천 51개 시장 1847개 점포 구축 부산 자갈치시장도 도입 완료 울산 신정시장 내년 구축 예정 서울·대구 등 전국적으로 확산 “발생하지 않은 사고, 전력 절감·이상 탐지 데이터로 입증”

2026-09-29     강태아 기자
울산 AI기업 아이티공간 윤혜진 부사장이 본사에서 전류 예지보전 기술을 전통시장 안전관리에 활용한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아이티공간 제공
울산 제조현장에서 설비 고장을 예측하던 인공지능(AI)이 전통시장의 전기화재를 막는 시민 안전 기술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울산 AI기업 아이티공간은 지난 11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 울산포럼’에서 산업현장에 적용해 온 전류 예지보전 기술을 전통시장 안전관리에 활용한 사례를 소개했다.

아이티공간의 스마트 전기화재 안전시스템은 점포 분전반에 설치된 센서로 전류와 전압, 온도, 아크 발생 정보를 수집한다. AI 예지보전 시스템 ‘유예지(UYeG)’가 점포별 전기사용 패턴을 학습한 뒤 이상 상태를 정상·주의·위험으로 구분한다.

전류 급증이나 누전 등 위험 신호가 포착되면 점포 상인과 관리자에게 알림을 보내고, 전기안전 담당자가 현장에 출동해 분전반과 배선·전기기기를 점검하는 방식이다.

윤혜진 아이티공간 부사장은 “공장의 설비나 시장의 분전반이나 본질은 같다”며 “위험이 생기기 전에는 반드시 전류가 먼저 신호를 보낸다”고 설명했다.

이어 “AI가 감지하고 사람이 확인한 뒤 현장에서 조치하고 그 결과를 다시 점검하는 과정이 연결돼 있다”며 “공공 AI는 사람을 제외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 더 빨리 보고 판단해 움직이도록 하는 시스템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티공간은 인천 전통시장 사업을 통해 산업용 AI의 생활안전 분야 진출을 본격화했다.

이 업체는 인천지역 51개 전통시장 1,847개 점포에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위험 상황을 점포와 시·군·구 재난상황실, 관할 소방서에 동시에 전달되도록 설계했다.

회사는 인천시청에 마련된 관제공간의 초기 운영을 지원하기 위해 현지 인력도 채용했다. 시스템이 안정되면 인천지역 관리조직이 일상적인 운영을 맡고,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할 경우 아이티공간이 지원하는 구조로 전환할 방침이다.

과제는 ‘일어나지 않은 사고’의 성과를 증명하는 일이다. 윤 부사장은 “화재가 발생하지 않으면 이를 예방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며 “전력사용 절감과 이상 신호 탐지, 경보와 현장 조치 내용을 데이터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시작된 사업은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부산 자갈치시장은 시스템 구축을 마쳤고, 울산 신정시장과는 업무협약을 맺고 내년도에 시스템 구축에 나설 예정이다.

또 서울시에서도 요청이 와 전체 조사를 진행중이고 10월 8일에는 대구시 전통시장 담당부서와 대구전체 전통시장 시스템 구축 협의가 예정돼 있다.

아이티공간은 전통시장 안전을 넘어 울산 제조현장의 숙련기술을 데이터로 남기는 방안도 제안했다. 기계의 소리나 진동으로 이상을 알아채는 숙련자의 판단 기준과 실제 조치 과정을 설비 데이터와 함께 구조화해 AI 학습과 후배 기술자 교육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윤 부사장은 “숙련자가 퇴직하면 경험과 판단도 현장을 떠난다”며 “산업현장의 경험을 AI가 배울 수 있는 자료로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울산이 AI 때문에 전기를 더 많이 쓰는 도시가 아니라 AI 덕분에 전기를 가장 현명하게 쓰는 도시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