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3막
명함에 묶인 인생 2막 퇴직 마침표 새출발 앞서 걱정반 기대반 ‘막막’ 후회 말고 최선 다하는 삶 파이팅
직장을 나온 지가 5년이 슬그머니 지나간다. 이제와 보니, 우리 삶은 3막으로 구성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태어나서 공부해 취업을 하기까지, 직장을 다니면서 자식을 키우는 시간, 3막은 퇴직 후 소풍을 마치고 떠나는 날까지.
어떤 날, 지인과 후배들을 만난다. 그러면 그들은 인사차 안부를 물어온다.
"요즘, 뭐 하고 지내나(지내나요)?" 참으로 머쓱해지는 순간이다. 딱히 할 말이 없다. 그러면 습관적인 답이 나온다. "그냥, 저냥 지내요." 답하면 또 묻는다.
"뭐, 하는 것은 없고요?" 참으로 난처하게 만든다. 그럴 때마다 그런 질문들에 대해서 속 시원하게 대답할 말을 빨리 찾아야겠다는 생각만 할 뿐이다. 그 답답함이 글로 나온다.
2막
퇴직을 하고 나니 명함이 사라졌다
안부를 물어오면 대답이 어설프다
명함에 묶인 생애가, 지겹고도 그립다
(김봉대 시조집 『재롱을 떨다』 2026년·목원예원)
우리는 흔히 말한다. "백수가 과로사 당한다." 나 역시 퇴직 후 바쁘게 살았다. 무엇을 해야 할까를 적어 보니 30가지가 넘었다. 그래서 하나하나 해 나가고 있다. 이 기간 무엇을 했나, 한번 뒤돌아보자. 다 볼 수는 없겠지만.
먼저, 동화 작가가 돼서 동화집 『동화나라 비상회의』를 내었다. 디카시집 『너는 나에게』도 내었다. 또, 시조에 등단을 해서 시조집 『재롱을 떨다』를 출간했다.
틈틈이 운동하는 테니스는 어르신 대회에 출전해 우승도 했다. 디카시도 쓰고 여기저기 글도 내어야 한다. 3개월에 한 번쯤은 시간을 내어 여행도 한다. 또한, 연극 단원이 돼 올해 4번째 연극을 준비하고 있다. 점점 대사를 암기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에는 '태화강 연가', '붉은 아픔'이란 노래 두 곡을 만들었다. 지인들에게 자랑도 했다.
지난달에는 『2026 대한민국 창작가곡제』에 '미루나무 이야기', 태화강을 노래한 '함께 살아가는 강'이란 노랫말을 만들어 가곡제에 참가를 했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작은 텃밭을 얻어서 필요한 먹거리를 얻는다. 올해는 오이, 가지, 고추, 단호박이 아주 잘 돼 이웃과 나눠 먹었다.
그러나,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책을 보는 것이다. 아직도 책을 보는 것이 가장 편안하고 즐겁다. 그래서 책상 위에는 이 책도 보고 있고, 저 책도 보고 있어서 항상 책으로 지저분하다. 하지만 진정 하고자 하는 것은 아직도 엄청 남아 있다. 하나하나 꾸준히 해 나가야 한다.
직장을 다닐 때는 직장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퇴직을 하고나서는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만약에 그렇지 못하다면 반드시 후회를 하게 될 것이 때문이다. '이것도 할 걸, 저것도 해 볼 걸.' 하면, 그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 될까!
요즘에 생각한 것은 그들이 내게 ‘무엇을 하는지?'를 묻는 것은 자신들의 미래를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즉, 아직 가본 적이 없는 3막을 미리 준비를 하려고 하기 때문이리라. 나 역시, 3막은 처음이다. 그러나 묵묵히 걸어온 것처럼 그렇게 걸어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렇게 해서 이번 달 숙제를 또 마치게 됐다. 그런데, 진정 나도 물어보고 싶다.
"그런데, 요즘 뭐 하고 지내세요?" 김봉대 울산아동문학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