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연구기술자서 택시기사로…울산 시민들 삶 기록

잇츠룸갤러리, 11월 22일까지 허성재 ‘택시 안의 작은 지구’전 택시기사로 ‘인생 2막’ 기록 두 달 만에 출판사 설립·책 출간 승객 이야기 휴먼데이터로 풀어

2026-10-01     고은정 기자
현대자동차 기술연구소에서 약 40년간 일한 허성재 씨는 2024년 정년퇴직 후 여러 기업의 임원 제안을 받았지만, 익숙한 길 대신 사람들과 직접 만나는 택시 운전기사를 선택했다. 잇츠룸갤러리 제공
잇츠룸갤러리가 ‘소장(Collection)’ 시리즈 세 번째 전시로 허성재 씨의 ‘TAXI_Story : 오늘 당신의 택시에 동승했습니다_택시 안의 작은 지구’전을 오는 11월 22일까지 선보인다.

허성재 씨는 현대자동차 기술연구소에서 약 40년간 자동차 의장과 인테리어, 차량 부품 설계, 품질관리, 생산 운영, 감사 업무 등을 맡아온 산업현장 기술자다. 2024년 정년퇴직 후 여러 기업의 임원 제안을 받았지만, 익숙한 길 대신 사람들과 직접 만나는 택시 운전기사를 선택했다.

그의 택시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작은 이야기방이 됐다. 장을 보고 돌아가는 어르신, 취업을 고민하는 청년, 병원으로 향하는 환자와 가족 등 다양한 삶이 택시 안에 머물렀다.

허 씨는 택시 운전을 시작한 지 이틀 만에 승객들의 이야기를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후 대화를 손으로 기록하고 정리했으며, 택시 일을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성재출판사’를 설립했다. 이를 바탕으로 ‘오늘 당신의 택시에 동승했습니다’와 ‘택시 안의 작은 지구’를 잇달아 출간했다. 택시 안에 비치한 첫 책 500부는 승객과 독자들의 관심 속에 모두 소진됐다.

허성재 씨가 현대자동차에 재직하던 시절. 잇츠룸갤러리 제공
산업현장에서 익힌 기술자의 시선도 이어졌다. 허 씨는 승객의 연령대와 이동 시간, 출발지와 목적지 등을 데이터로 정리해 이동 흐름을 분석했다. 자동차와 생산공정을 읽던 경험이 도시와 사람의 흐름을 읽는 방식으로 확장된 셈이다.

이번 전시는 자동차를 설계하던 연구기술자의 손이 사람들의 인생을 기록하는 작가의 손으로 변화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작가의 저서와 승객들의 이야기, 영상콘텐츠 등을 통해 평범한 시민들의 웃음과 눈물, 희망과 위로를 만날 수 있다.

잇츠룸갤러리가 ‘소장(Collection)’ 시리즈 세 번째 전시로 허성재 씨의 ‘TAXI_Story : 오늘 당신의 택시에 동승했습니다_택시 안의 작은 지구’전을 오는 11월 22일까지 선보인다. 잇츠룸갤러리 제공
허성재 씨는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에게 은퇴는 끝이 아니라 더 큰 삶이 열리는 순간”이라며 “정년은 인생의 종착지가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기술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윤혜진 잇츠룸갤러리 관장은 “택시라는 작은 공간에 소장된 허성재 작가의 스토리북은 현장에서 축적된 기술과 경험이 사람을 향한 기록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보여준다”라며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 시대를 대변하는 귀중한 휴먼데이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전시”라고 말했다.

전시는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주말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법정공휴일은 휴무다. 문의 051-900-3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