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빛은 어디서 오는가…씨앗 한 톨서 찾은 존재의 탐구”
[17번째 개인전 양희숙 작가] 회화 14점에 영상·사운드테라피까지 결합 확장형 전시 씨앗·돌·꽃·빛 등 자연 속 일상서 길어 올린 작품 세계 17일까지 울산 중구 문화의거리 갤러리 201
“‘빛은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물음은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서양화가 양희숙 작가는 제17회 개인전 ‘Where is the light from?’이라는 제목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전시는 10월 17일까지 울산 중구 문화의거리 갤러리 201에서 열린다.
양 작가는 바람, 나무, 까마귀, 돌, 씨앗 등 자연에서 만나는 대상들을 통해 생명과 존재에 대한 질문을 작업해 왔다. 이번 전시는 2023년 ‘씨앗’, 2025년 ‘씨앗의 목소리’로 이어져 온 흐름을 바탕으로, ‘씨앗의 빛’에 대한 생각을 평면 회화와 영상, 사운드테라피로 풀어낸 자리다.
전시장에는 에폭시 수지와 혼합재료를 활용한 평면 작품 14점과 영상 작업이 소개된다. 싱잉볼, 레인스틱, 코시차임, 윈드차임, 텅드럼 등을 활용한 사운드테라피도 마련되며, 최근 10년간 작업 흐름을 담은 도록도 선보인다.
양 작가의 작업은 자연 속 일상에서 출발한다. 그는 2013년 울산 근교 시골로 집과 작업실을 옮긴 뒤 폐가를 직접 고쳐 작업실로 만들었고, 바다 가까운 집과 텃밭에서 나온 씨앗과 꽃, 식물들을 작업의 소재로 삼아왔다.
그에게 ‘빛’에 대한 질문도 거창한 관념이 아니다. 정원에 핀 백일홍의 색, 햇살에 반사되는 어린 감잎의 반짝임, 시멘트 바닥을 뚫고 올라오는 여린 풀꽃의 힘처럼 사소한 일상에서 비롯됐다.
그는 “평범한 날 정원과 텃밭에서 마주한 생명의 빛이 깊은 시간과 공간으로 확장됐다”며 “이번 전시는 그 빛의 근원을 더듬거리며 찾아가는 길에서 던지는 작은 질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작업은 앞서 천착했던 ‘돌’의 이미지와도 이어진다. 양 작가는 “씨앗과 돌에는 인간이 볼 수 없는 시간이 응집돼 있다”며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생명의 가능성을 이미지로 전하기에는 씨앗이 더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영상 작업은 평면 회화를 또 다른 방식으로 확장한다. 약 4분 길이의 영상은 현실과 가상의 우주 세계를 오가며 구성되며, 평면 작품 이미지들이 영상 속 우주 공간으로 다시 배치된다.
사운드테라피 역시 전시 주제와 맞닿아 있다. 양 작가는 “소리는 진동수에 따라 음이 달라지고, 빛은 진동수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며 “관람객과 함께 소리와 진동을 나누며 공감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고 말했다.
양 작가는 “관람객들이 전시를 관람한 후 일상 속에서 자신의 빛을 찾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앞으로도 자연 속에서 작업 과정을 즐기며, 나의 삶이 그대로 스며드는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동국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양희숙 작가는 개인전 17회를 열었으며, 국내외 초대·단체전 300여 회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