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아이들 떠난 빈 교실, 교육·문화·돌봄 공간으로 재편
[학생 감소시대, 울산 학교 생존법] (하)유휴공간 어떻게 살릴 것인가 지역 폐교 27곳…10개교 매각 교육청 보유 17곳 중 3곳 미활용 동평초·화봉중 등 통폐합 이후 빈 공간 재활용 방안 모색 촉각 지역 교육·문화 거점 전환 부상
신도시를 중심으로 학생이 늘어나는 곳에서는 학교가 새로 필요하지만, 기존 학교 대부분은 학생이 줄면서 빈 교실과 유휴공간이 늘고 있다.
울산의 폐교 현황을 보면 총 27개 학교 가운데 10개는 매각됐고, 울산시교육청이 보유한 17개 중 14개는 교육·문화시설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나머지 삼광분교와 미호분교, 효문분교장은 현재 미활용 상태다.
폐교가 모두 방치되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가 문을 닫은 뒤에도 공간의 활용 방안을 찾는 일은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특히 최근에는 학교 통폐합이 이어지면서 새롭게 발생하는 폐교 공간도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 동평초와 동백초가 통합되고, 최근 연암중과 화봉중 통합도 결정되면서 학교가 문을 닫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울산여상과 울산미용예술고 통합도 추진되고 있어 학교 통폐합에 따른 공간 활용 문제는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
통합 이후 남는 학교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동평초는 통합 이후 본관에 도서관 등 교육·문화시설을 조성하고, 별관과 체육관은 문화·체육시설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공사 착공 전까지 운동장은 임시 주차장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화봉중 폐교 부지에는 AI·로봇 전공 중심의 특성화고 설립이 추진되는 등 폐교 공간을 새로운 교육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미용예술고 역시 통합 이후 영재학교로 전환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학교를 없애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공간을 다른 교육시설이나 지역에 필요한 시설로 다시 사용하는 방식이다.
학교가 문을 닫은 뒤가 아니라, 학교가 운영되는 동안 공간을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방식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학교 공간에 지역에 필요한 기능을 함께 담는 학교복합시설이 대표적이다. 울산에서는 남목초에 공영주차장과 복합커뮤니티센터를 결합한 시설이 추진되고 있으며, 영화초에는 아동다봄센터가 조성될 예정이다.
학교 체육관과 운동장 등을 주민들의 체육·문화활동을 위한 공공공간으로 개방하는 방안도 있다. 학생 수가 줄더라도 학교가 지역사회에서 교육뿐 아니라 돌봄과 문화·체육 기능까지 담당할 수 있도록 역할을 넓히는 것이다.
조용식 울산시교육감도 학교를 교육과 돌봄, 문화·체육, 평생학습이 어우러지는 지역의 교육 거점으로 만들어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울산교육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다만 시설 개방 과정에서는 학교 구성원과 지역 주민의 이용이 충돌할 수 있는 만큼 학교별 여건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이처럼 학생 수 감소에 따라 남는 학교 공간을 지역에 필요한 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이 마련되고 있지만, 학교의 기능을 모두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학교 통폐합 역시 학교와 지역사회 내부에서 의견이 나뉠 수밖에 없다. 학생 수 감소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학교가 사라지면 통학 여건이 나빠지고 지역 공동체의 구심점도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학생 수가 적은 작은학교의 경우 학교가 지역에서 갖는 역할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학교 규모가 작더라도 지역 특색에 맞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거나 인근 학교와 공동교육과정을 구성하는 등 학교를 유지하면서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안도 필요하다. 학생 수만을 기준으로 학교의 존립 여부를 판단하기보다 학생들의 수업권과 통학 여건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학교를 얼마나 새로 짓고, 얼마나 줄이느냐가 아니다. 학생이 필요한 곳에 학교를 두고, 학생이 떠난 공간은 지역에 필요한 공간으로 바꾸는 해법을 찾는 일이다.
신도시처럼 학생이 늘어나는 곳에는 필요한 학교를 적기에 마련하고, 학생이 줄어드는 지역에서는 학교를 유지할 곳과 통합할 곳을 세심하게 가려야 한다.
울산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유휴공간을 교육과 지역사회에 필요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라며 “학생 수 변화에 따라 학교의 기능과 공간을 어떻게 지역과 연결할 수 있을지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