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국회, 대법관 제청권 개입하면 사법권 독립 침해”
예년과 달리 대법원장이 직접 자료 들고 적극 반박 대법관 제청권 개입을 “사법권 독립 침해”로 규정 비상계엄·업무추진비·서부지법 사태까지 현안별 상세 해명
2026-10-06 강은정 기자
6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현장에서 더불어민주당 김기표 의원이 증인 선서와 증언을 요구하자, 조 대법원장은 서류를 들고 “국회가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에 개입하는 행위는 헌법이 명시한 권력 분립과 사법권 독립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위헌적 조치”라고 단호히 밝혔다.
삼권분립 원칙을 들어 증인선서와 증언 거부 의사를 밝힌 조 대법원장은 이석(자리를 떠나는)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국감장에 남게 됐다.
민주당 측은 대법관 후보 재제청 거부 및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조목조목 따져 물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에 반발하며 답변 불응을 요청하는 등 국감장은 고성으로 얼룩졌다.
이에 조 대법원장은 대한민국 헌법 제104조를 제시하며 “대법관 임명 과정에서 국회의 동의나 대통령의 임명 절차에 대법원장이 개입할 수 없는 것처럼, 반대로 국회나 대통령 역시 대법원장의 제청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제청 행위로 대법원장의 헌법적 의무와 권한은 완결된다는 뜻이다.
청와대와의 사전 협의 역시 법적 의무가 아닌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한 자발적 협조였음을 분명히 했다.
조 대법원장은 “협의가 없더라도 헌법상 문제가 없으며, 역대 정부도 이러한 제청권을 존중해 왔다”며 “대통령실의 재제청 요청 공문 또한 구체적 사유나 명확한 법적 근거가 부족해 후속 절차를 진행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날 조 대법원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 업무추진비 논란, 서부지법 난입 사건 등 여당 의원들이 제기한 여러 의혹에도 상세히 해명했다.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사법부 수장으로서 처음 입장을 밝힌 그는 “대법원은 어느 기관보다 앞서 이를 위헌으로 규정했다”며 “계엄사에서 인력 파견 및 명단 제출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명백한 위헌 행위이므로 단 한 명도 보내지 말라고 엄중히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사법 신뢰도 저하 지적에는 최근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에서 공유된 국제기구 평가를 인용하며 대한민국 사법부 신뢰도가 오히려 상승했다는 점을 들어 반박했다.
업무추진비를 이용한 고가 주류 구매 의혹에 대해서는 “법원행정처 담당자가 카드를 관리하며, 본인은 결제 금액이나 구체적 집행을 알지 못하고 주류는 일절 마시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구성원 격려 과정에서 한도액을 초과한 부분에 대해서는 시정조치를 약속하며 송구하다는 뜻을 전했다.
감사원이 지적한 대법관 격려금 지급 건 역시 지출관의 소관일 뿐 대법원장이 지시하거나 관여하는 구조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영장 발부 당시 발생한 ‘서부지법 소요 사태’ 방관 논란에는 “당일 행정처장의 강경 성명 발표와 긴급 대법관 회의를 통한 법치주의 위협 규탄 성명이 이어졌다”며 “현장이 수습된 이후 법원을 직접 찾아 구성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요청 사항을 적극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진보당 손솔 의원이 “제2의 윤석열을 꿈꾸느냐”고 질문하자 “매우 모욕적이며 서글픈 언사”라며 불쾌감을 표하기도 했다.
대법원장이 질의마다 적극 대응하자 야당 측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법원행정처장을 향해 “행정처장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해 답변 자격이 없는 대법원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게 만든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국감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이석이 불허된 상태에서도 질의에 일절 답하지 않은 채 오전 정회 때 자리를 비운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국감에서는 이전과 확연히 다른 강경한 태도로 사법부의 입장을 적극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