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울산 부동산은 왜 ‘울산 전체’로 보면 안 되는가
최근 울산 집값은 다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울산 아파트 매매가격은 2024년 연간 0.28% 하락했지만 2025년에는 2.1% 상승했다. 2026년 들어서는 상승폭이 더 커져 9월 21일까지 3.55% 올랐다. 최근 3년은 조정에서 회복, 다시 상승으로 시장 분위기가 바뀐 시기였다.
그러나 ‘울산 집값이 오른다’는 한마디로 시장을 설명하기에는 내부 차이가 크다. 옥동·신정·삼산·무거·범서·송정·우정혁신도시는 학군, 상업시설, 신축, 직주근접 등 서로 다른 이유로 수요를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가격 흐름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3년간 울산의 구·군별 아파트 가격 변화를 보면 회복 시점과 상승폭이 서로 달랐다.
옥동·신정동은 교육환경, 삼산은 상업시설, 범서는 주거환경과 남구 접근성, 송정은 신축 대단지와 산업권 접근성이 강점이다. 울산에서 선호 주거지를 물었을 때 몇 개의 생활권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사람들은 행정구역 전체를 비교하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조건을 갖춘 몇 개의 생활권 안에서 집을 선택한다.
이 현상은 울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방도시가 성장하던 시기에는 인구와 가구가 늘면서 도시 외곽으로 주거지역이 확장돼도 이를 채울 수요가 있었다. 반대로 인구 증가가 멈추고 신규 수요가 줄어들면 모든 지역이 함께 성장하기 어렵다. 전체 수요가 감소하는 동시에 남아 있는 수요가 오히려 몇 개의 선호 생활권으로 압축될 수 있다.
앞으로 지방 부동산을 이해할 때 중요한 변화는 ‘수요의 소멸’뿐 아니라 ‘수요의 압축’일 수 있다. 울산의 미분양도 이를 보여준다. 2024년 말 4,131가구였던 미분양주택은 2026년 7월 1,192가구까지 감소했다. 총량은 줄었지만 모든 지역과 상품이 같은 속도로 소화된 것은 아니다.
도심이라고 모든 사업이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분양가격이 주변 시세에 비해 높거나 상품성이 떨어지면 선호지역에서도 판매가 늦어질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울산에 집이 얼마나 공급되는가’가 아니라 ‘사람들이 계속 살고 싶어 하는 생활권에 어떤 집이 공급되는가’다.
지방의 선호 주거지가 갖는 조건은 의외로 비슷하다. 학군, 직주근접, 대단지, 신축, 상업시설, 자연환경 등이다. 다만 어떤 조건이 가장 중요한지는 도시마다 다르다. 서울처럼 대중교통과 업무지 접근성이 중요한 도시가 있는 반면, 울산처럼 자차 이동과 산업단지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중요한 도시도 있다. 결국 공통적인 정답이 있다면 특정 지역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 도시에서 무엇이 희소하고 대체하기 어려운 주거 효용인지를 찾는 것이다.
울산역 일대 개발도 같은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울산시는 KTX 울산역 주변에 복합특화단지와 도심융합특구를 추진하고 있으며 공식 사업기간은 2034년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기반시설을 만드는 것과 실제 생활권이 형성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개발계획만으로 기존 생활권과 같은 가치를 바로 인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렇다면 주거지이자 자산인 부동산을 어떤 기준으로 봐야 할까. 앞으로도 사람들이 선택할 이유가 명확한 생활권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이든 직주근접이든 상업시설이든 신축 희소성이든 그 지역만의 강점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생각할 필요가 있다. ‘나에게 좋은 집인가’뿐 아니라 ‘다음 매수자에게도 좋은 집인가’다.
자녀가 없다면 학군이 중요하지 않을 수 있고, 대단지 커뮤니티를 이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부동산의 가격은 개인의 취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집을 다음 선택지로 생각하는지가 거래와 가격에 영향을 준다.
선호지역이라고 가격이 하락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시장이 위축됐을 때 매수자를 찾고 다시 수요를 회복하는 과정에서는 차이가 생길 수 있다. 결국 울산 부동산을 볼 때 중요한 질문은 ‘울산 집값이 오를 것인가’만이 아니다. ‘앞으로 줄어드는 주택수요가 어디에 남을 것인가’가 질문이 될 확률이 높다.
그리고 이 질문은 울산만의 질문도 아니다. 인구가 감소하는 지방도시에서는 도시 전체가 함께 성장하던 시대보다 각 생활권이 스스로 수요를 확보해야 하는 시대가 올 가능성이 크다.
지방 부동산의 미래는 어쩌면 ‘얼마나 많은 수요가 사라질 것인가’보다 ‘남은 수요가 어디로 모일 것인가’를 보는 데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차경석 이스턴투자개발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