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한국어가 유엔 공용어가 되길 바라며

2026-10-06     조정숙 시인
조정숙 시인

 한국어는 우리나라 공용어이고 한글은 한국어를 적는 우리의 문자다. 한국어와 한글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한글이 있었기에 우리말을 정확하게 기록하고 다음 세대에 전할 수 있었다. 한국어는 한글을 통해 풍성한 문화를 이뤄왔다.

 세종대왕은 백성이 누구나 뜻을 쉽게 표현할 수 있도록 훈민정음을 창제했다. 1446년 반포 당시에는 스물여덟 글자였으나 오늘날에는 자음 14자와 모음 10자를 기본으로 쓴다. 기본 글자가 결합해 많은 글을 표현할 수 있다. 단순하고 체계적이어서 배우기 쉬운 문자다. 표현과 발음도 정확하다. 음소문자인 한글은, 자음은 발음 기관의 모양을 본떴고, 모음은 하늘과 땅과 사람을 형상화해 미학적으로 만든 글이다.

 한글은 소리글자이다. 소리가 기반인 한글은 발음이나 철자가 조금 틀려도 뜻이 통하는 특징이 있어 언어 인식률이 높다. 적당한 어휘를 찾지 못할 때 의성어나 의태어를 사용해서 해결할 수도 있다. 그뿐 아니라 언어의 확장성이 크다. 요사이 젊은이들이 편의점과 커피를 합친 '편커족'이라는 신조어를 쓰고, 슬리퍼와 역세권의 합성어로 슬리퍼를 신고 편한 복장으로 쇼핑몰, 약국, 영화관 등의 편의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주거권인 '슬세권', 등 기발한 새말을 만들어 언어의 유연함을 보여준다. 이런 조합어가 좋은 말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시대의 변화를 빠르게 담아내는 우리 글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영국의 언어학자 제프리 샘슨은 저서 『문자의 역사』에서 '한글은 인류가 만든 가장 합리적인 문자'라고 극찬했다. 또한 한글을 글자 모양에 발음의 특징이 반영된 '자질문자'로 분류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가 나오는 것은 한글로 쓰인 문학이 번역을 통해 전 세계 독자의 마음에 닿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류의 개방성과 포용성은 언어에서도 드러난다. 2021년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등재된 '먹방'(mukbang),과 '치맥(chimaek) 등은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어의 위상을 증명한다. 서로 다른 언어적 자원을 자유롭게 가져와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 내는 조어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이제 한국 문화는 외국인들에게 선망을 넘어 탐구 대상이 됐다. 한국 음악, 드라마와 영화, 한국 음식이 세계인의 큰사랑을 받는 이유는 화려한 영상미와 음악성도 있지만 정서와 감정을 생생히 전하는 한국어의 힘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우리말로 부르는 방탄소년단 노래 가사를 그대로 따라 하고 한국어를 배워서 한국 드라마를 자막 없이 보고 이해하려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

 하지만 다소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다. 세계로 뻗어가는 한국어의 모습이 반갑지만, 정작 우리 주변에서는 우리 말이 밀려나고 있다. 아파트, 회사의 이름, 간판, 물건 등에는 뜻을 짐작하기 어려운 외국어와 국적 불명의 조어가 넘쳐난다. 외국인을 생각해서 알기 쉽게 표기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외국어를 바로 사용하고 우리말이나 한글 표기를 의무화했으면 좋겠다.

 현재 유엔에서 사용하는 공용어는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 러시아어, 아랍어 등 여섯 개 국어이다. 유엔의 공식 회의는 이 언어들로 회의가 진행되고 통역되고 기록되기 때문에 유엔 공용어가 누리는 국제적지위와 영향력은 대단하다. 유엔 공용어가 되기 위해선 우리 학문을 좋은 번역으로 세계에 알리고 외국인이 한국어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넓혀야 한다.

   한글과 한국어는 높은 인식률, 유연한 확장성, 뛰어난 친화력을 가지고 있다. 좋은 우리말 표현이 묻히지 않도록 찾아 쓰고 어휘를 풍성하게 만들어야 한다. 말과 글은 그 나라의 뼈와 살이다. 혼과 얼이 실린 우리말, 우리글이 세계적인 언어와 글이 될 수 있도록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 한국어가 세계인의 삶과 언어로 성장한다면 유엔 공용어로 채택되는 바람도 이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