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나경의 21세기 미술관](156)시오타 치하루, ‘우리 사이(Between Us)’

‘붓’ 대신 ‘실’로 그린 것

2026-10-06     고은정 기자
시오타 치하루, ‘우리 사이 (Between Us)’, 2020, 나무 의자, 붉은 실, 2020년, 가변 설치(부분)
독일 베를린을 거점으로 국제적인 활동을 하는 시오타 치하루(Chiharu Shiota, 1972~ ,일본)는 세계적인 설치 미술가이자 무대 디자이너다. 수십만 가닥의 실을 얽고 엮는 압도적인 설치 작업으로 2015년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일본관 대표 작가로 선정되며 동시대 대표 작가 반열에 합류했다. ‘실의 작가’로 불리는 그녀가 전시 공간마다 거미줄처럼 얽어놓은 ‘실’ 공간은 사람과의 관계, 삶의 유한함을 성찰한 흔적들이며, 작품들은 ‘섬세하면서도 웅장하고, 섬뜩하면서도 우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형 설치작업 ‘우리 사이(Between Us)’는 작가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2020년 서울 가나아트센터 2층 전체를 꽉 채웠던 것이다. 300㎡의 전시장에 30개의 낡은 의자를 놓고 수만 가닥의 붉은 실을 거대한 거미줄 같이 촘촘하게 얽어서 공간 속에 둥지 같은 새로운 공간을 설치했다. 8명의 스태프가 하루 8시간씩 꼬박 12일에 걸쳐 완성하여, 작가가 의도한 ‘기억’, ‘부재’, ‘인간 사이의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를 시각화하고 관람객의 감동을 압도적으로 이끌었던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치유의 시간’을 기대하며 한때 자리를 점했다가 사라지는 존재, 그리고 서로 관계를 맺고 사는 우리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