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려서 고쳤는데 또?…울산 운흥사지 안내판, 이번엔 영문 오류 논란

“영문판에 ‘시적사로 이전’ 등 한글 안내문과 다른 내용 포함” 박채은 향토사학자, 불일치 지적 문화유산 안내판 전수점검 필요

2026-10-12     고은정 기자
울산광역시 기념물인 울주군 운흥사지 안내판. 기존 안내판의 연혁 오류를 바로잡아 새 안내판을 설치했지만, 이번에는 영문 안내문의 오류가 지적됐다.
울산광역시 기념물인 울주군 운흥사지 안내판을 두고 영문 안내문 오류 논란이 제기됐다. 기존 안내판의 연혁 오류를 바로잡아 새 안내판을 설치했지만, 이번에는 영문 안내문이 한글 안내문과 맞지 않거나 문장 자체가 어색하다는 지적이다.

향토사 연구자인 박채은 전 국사편찬위원회 사료 조사위원은 최근 운흥사지 안내판 영문 표기의 재정비를 필요성을 주장했다. 박 연구자는 앞서 운흥사지 안내판의 연혁 부분이 실제 기록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고, 이에 따라 안내판 한글 내용은 새롭게 정비됐다. 그러나 새 안내판의 영문 설명에는 여전히 핵심 정보가 빠지거나 한글 내용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운흥사지는 울주군 웅촌면 고연리에 있는 사찰 터다. 신라 진평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며, 고려 말 지공대사가 중건했으나 임진왜란 때 불타고 1614년 대희선사가 재건한 것으로 안내돼 있다. 조선시대에는 불교 경판 간행으로 이름을 알렸고, 2001년 발굴조사에서 건물터 7동, 부도 6기, 수조 4기 등이 확인돼 울산의 불교문화를 대표하는 유산으로 평가받았다.

문제가 된 것은 새 안내판의 영문 설명이다. 박 연구자는 “안내판 제작 전 원고 검수를 제대로 받지 않고 제작·설치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글판과 영문판이 일치하지 않고, 구체적이고 핵심적인 정보가 빠졌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오류는 부도 관련 설명이다. 한글 안내문에는 “부도 6기 중 2기는 울산광역시 유형문화유산 ‘운흥사지 부도’로 지정되었고, 나머지 4기는 운흥사지 인근에 공간을 마련하여 정비하였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영문 안내문은 일부 부도가 인근 시적사로 옮겨졌다는 취지로 표현돼 한글 내용과 맞지 않는다. 10여 년 전 지어진 시적사는 운흥사지 인근에 있는 사찰이지만, 새 한글 안내문에는 나머지 부도를 시적사로 이전했다는 내용이 없다.

영문 문장 자체도 매끄럽지 않다는 지적이다. 고려 말 중건과 임진왜란 소실, 1614년 재건을 설명하는 대목은 문장 구조가 뒤섞여 의미 전달이 불명확하고, 2001년 발굴조사 결과를 설명하는 문장도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이 어색하다. 또 한글 안내문에 명시된 대희선사, 『조선왕조실록』·『신증동국여지승람』·『울산부읍지』·『대동지지』 등 주요 자료명, 발굴조사 기관, 문화유산 지정 관련 정보도 영문에서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박 연구자는 “운흥사지는 외진 곳에 있어 현장 해설사가 상시 배치되기 어려운 만큼 안내판의 정확성이 더욱 중요하다”며 “단순 번역이 아니라 한글과 영문이 같은 사실을 전달하도록 다시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운흥사지 안내판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울산지역 문화유산 안내판 전반의 문제로 볼 필요가 있다”며 “이번 기회에 지역 문화유산 안내판의 내용과 번역을 전수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흥사지는 2004년 울산광역시 기념물로 지정됐다. 운흥사지에서 확인된 부도 6기 가운데 2기는 울산광역시 유형문화유산 ‘운흥사지 부도’로 지정됐으며, 나머지 4기는 운흥사지 인근에 정비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