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금속 납 노출·은폐 시도한 기업, 엄중 처벌해야
어제 이재명 대통령이 “울산의 한 사업장에서 체내에 축적된 중금속인 납 배출을 돕는 ‘킬레이션’ 주사를 비타민 주사로 속여 직원들에게 투약했다는 의혹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엄중한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 지난 2월부터 본지가 수차례 보도한 바 있는 이른바 ‘가짜 비타민 주사’ 사태는 기업이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어디까지 짓밟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중대한 범죄 행위이다.
특수건강진단 전에 직원들에게 킬레이션 주사를 투약한 의혹이 있는 DN오토모티브 울산공장은 지난 8월 13일 노동부에 의해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청에 수사가 의뢰된 상황이다. 현재 울산경찰청은 ‘건강보호 조치를 방해’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동부는 퇴직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를 대상으로 납 노출에 따른 건강 영향을 규명하는 집단 역학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해당 업체는 생산 과정에서 기준치의 5배가 넘는 납이 검출(안전보건공단 조사)되었음에도, 작업 환경을 개선하기는커녕 반인륜적인 꼼수를 동원했다. 부작용 위험이 있는 킬레이션 주사로 노동자들의 몸에서 강제로 납 수치를 낮춰 특수건강진단과 작업환경 측정 평가를 무사히 통과하려 한 것이다. 더욱이 이 업체는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68건이 적발되었고, 작업환경측정기관마저 부실 측정을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 노조는 여전히 현장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할 기업이 유해 물질 노출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노동자를 기만한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인권침해”로 규정하고 엄중한 대처를 지시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수사 기관은 주사 투약 경위, 건강검진 결과 은폐 여부, 사측의 조직적 개입 등을 철저히 수사해 위법 사항에 대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무거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일탈적인 개별 기업의 문제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 고용노동부가 동종 배터리 제조 사업장 14곳으로 감독을 확대하고 퇴직자 포함 집단 역학조사에 나선 것은 적절한 조치이나, 산업 현장 전반의 유해물질 관리 체계를 뼈대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 다시는 노동자의 생명을 소모품 취급하는 악덕 기업이 우리 사회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일벌백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