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부 “행정대집행 가능”…울주 내와리 오염토 반출 길 열렸다
지난달 제동 걸었던 정부, 가능 의견 통보 울주군, 이달 설계 마무리·내달 착공 추진 주민·환경단체 “늑장 대응으로 시간 허비”
울산 울주군 내와리 불법 폐기물 매립과 관련해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행정대집행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면서 중단됐던 오염토 반출 작업(본지 9월 21일 3면 보도)에 물꼬가 트였다.
그동안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행정에 불신을 가졌던 내와리 주민들은 뒤늦은 추진 소식을 반기면서도 울주군의 소극행정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쉬움을 드러냈다. 울주군은 관련 절차를 빠르게 이행한 뒤 다음달 중으로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12일 울주군과 내와리 주민비상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8일 내와리 오염 성토재 행정대집행 관련 의견을 울주군에 보냈다.
내용을 살펴보면 ‘공인 시험·분석기관의 해당 성토재에 대한 시료 분석 결과, 지정폐기물 기준을 초과했고 인근 지하수의 먹는 물 기준 초과, 침출수 발생으로 인한 주변 환경 오염 등이 확인됐으므로 울주군에서 실시한 해당 성토재의 성상 및 오염도 분석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폐기물로 판단되는 지역에 대해 ‘폐기물관리법’에 따른 행정대집행으로 반출 처리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즉, 기후부가 내와리 오염토를 폐기물로 규정하며 행정대집행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한 것이다.
특히 ‘최근 지역주민과 국회 등에서 주민들의 피해 호소와 오염 확산 등을 우려해 조속한 행정대집행을 요구하고 있는만큼, 울주군에서는 오염 성토재 반출 처리를 위한 설계 용역 등의 행정 절차를 이행해 주길 바란다’는 직접적인 지시 내용까지 담겨 있다.
울주군이 가장 우려했던 ‘구상권 청구 불확실성’에 대해서도 명확한 법적 해법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달 기후부가 ‘매립된 물질의 폐기물 해당 여부가 명확하지 않을 시 위법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하면서 울주군의 행정대집행이 중단된 지 한 달여 만에 나온 입장 변화다.
기후부가 적극적으로 나선 계기는 지난 6일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선 의원(울산 동구)이 김성환 장관에게 질의를 하면서다.
당시 김 의원은 “행정대집행에 대한 예산을 마련했는데 기후부의 공문으로 경찰 수사를 기다려야 한다며 집행이 정지됐다”라며 “사회통념상 폐기물이라고 인정할 만한 실체가 있다면 적용이 가능한데 기후부 공문으로 늦춰지고 있으니 신속하게 집행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김 장관은 “주민들의 불안이 있는 만큼 기후부의 답변 때문에 처리가 안되는 일 없도록 곧바로 조치하겠다”라고 답했다.
내와리 비대위는 이를 토대로 이틀 뒤 울주군청을 찾았고, 실무부서 등과 반나절 넘게 끝장 협의를 벌인 끝에 기후부 공문 확인과 함께 행정대집행 착수에 대한 확답을 받아냈다.
울주군은 이달 중으로 실시설계와 사전 절차를 완료하고 다음달 중순께 공사 착공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자체가 스스로 적극 행정에 나서지 않고 상급 부처 판단에만 의존하는 미온적 태도를 보이면서 피해만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울주군이 먼저 나서서 상황을 알려주거나 일을 진행한 적 없었고, 주민들이 물어야 겨우 답을 들을 수 있었다”라며 “이번에도 비대위가 찾아가지 않았다면 내년까지 끌고 있었을 거다”라고 늑장 행정을 비판했다.
이상범 울산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도 “9월 기후부의 유권해석을 받았을 때 울주군이 직접 폐기물임을 입증했다면 이렇게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주민들 입장이 아닌 울주군 입장에서 유리하게 해석하다 보니 먼 길을 돌아오면서 시간을 많이 낭비했다”라고 씁쓸함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