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첫 대규모 이중섭전, ‘황소’ 너머의 이야기를 보다
[울산시립미술관 ‘국민화가 이중섭’전 둘러보니] 이건희 수집품 등 140여 점 전시, 내년 1월 17일까지
2026-10-14 고은정 기자
14일 오후 프레스투어로 먼저 둘러본 울산시립미술관 ‘끝내지 못한 이야기-국민화가 이중섭’전 전시장은 짙은 푸른색 벽면과 낮은 조도 속에 이중섭의 작은 작품들이 촘촘히 놓인 모습이었다. 보존 상태가 예민한 종이 작품과 은지화가 많은 만큼 조명은 어둡게 조절됐고, 관람객이 작품 앞에 가까이 다가가 선과 표정을 천천히 들여다보도록 구성됐다.
전시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이건희 수집품: 이중섭’ 소장품 109점을 중심으로 리움미술관, 제주도 이중섭미술관, 이중섭 유족 등이 소장한 회화, 은지화, 엽서화, 편지화, 기록자료 등 약 140점이 나왔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대표작 ‘황소’와 ‘세 사람’, 리움미술관 소장 ‘통영풍경’, 제주도 이중섭미술관 소장 ‘섶섬이 보이는 풍경’, 유족 소장 편지화 등이 포함됐다.
전시장에서는 제주와 부산, 통영 등 작가가 머물렀던 시기와 장소를 따라 작품이 이어진다. 소와 가족, 아이, 물고기, 풍경 등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소재가 시기와 재료에 따라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은지화와 편지화는 전시의 주요 관람 포인트다. 담뱃갑 속 은박지를 긁어 만든 은지화는 빛의 각도에 따라 선이 드러나는 작품인 만큼, 전시장 안에는 이를 자세히 볼 수 있는 영상 장치도 마련됐다. 글과 그림이 함께 놓인 편지화에서는 가족을 향한 그리움과 애정이 직접적으로 전해진다.
다만 1개 전시실에 약 140점을 담다 보니 ‘대규모 회고전’이라는 이름에 비해 공간은 다소 압축적으로 느껴진다. 시기별·소재별 흐름을 따라가도록 짜인 동선도 일부 구간에서는 복잡하게 다가온다. 대신 짙은 벽면과 낮은 조도, 영상과 아카이브 자료는 작고 섬세한 작품에 집중하도록 돕는다.
울산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이중섭 하면 흔히 ‘황소’나 가족 그림을 떠올리지만, 이번 전시는 특정 대표작만 강조하기보다 작품 하나하나에 담긴 작가의 생각과 감정을 오래 들여다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며 “재료와 시기, 반복되는 소재의 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이중섭의 삶과 예술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 김희선이 참여한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주요 작품 15점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이번 전시와 연계해 16일과 17일 중구 문화의거리와 울산시립미술관 잔디광장, 예술공장 성남 일대에서 ‘아트스트리트 울산’이, 31일부터 11월 14일까지 이중섭 관련 강연도 열린다.
관람료는 일반 성인 1,000원, 대학생·군인·예술인 700원이며 울산시민은 500원이다. 사전 온라인 예약 또는 현장 매표 후 입장할 수 있다. 전시는 내년 1월 17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