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 민선 9기 울산시의회는 주민신뢰 회복 절호의 기회
견제 넘어 미래 설계하는 정책의회 재정 통제권 강화·투명성 높이고 기술 활용·여성 진출로 신뢰 회복을
민선 9기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출범하여 개원한 지 3개월이 훌쩍 지났다. 지방정부 출범 100일을 넘어선 지금, 지방의회는 과거의 단순하고 소극적인 행정 견제 및 감시자 역할에서 벗어나야 하는 시대적 요구에 직면해 있다. 관료 중심의 일방적 밀어붙이기 행정이나 정쟁과 대립의 구태를 단호히 청산하고, 주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정책을 만들며 지방 주도로 지역의 미래를 주민과 함께 그려 나가는 '정책의회'로 거듭나야 하는 중대한 사명을 부여받은 것이다. 특히 울산광역시의회는 지난 민선 1기 출범 이래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던 시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획기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민선 9기 지방의회가 주민 신뢰를 회복하고 완성해야 할 핵심 과제는 크게 네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집행기관과의 소모적 대립을 넘어서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정책의회를 구현해야 한다. 지방의회 본연의 역할인 집행부에 대한 책임 있는 견제와 감시, 합리적인 정책 대안 제시라는 본연의 책무에 충실하면서도, 지역의 사활이 걸린 현안 과제는 초당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밀실행정이나 시민 참여를 배제한 일방적 정책 추진에 대해서는 단호히 엄단하되, 충분한 사전 정보 공개와 시민사회·전문가 등 다양한 주체의 숙의 과정을 거치는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나아가 5극3특, 메가특구, 3대 메가 프로젝트 같은 중앙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에 대비하여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지방의 정책과 사업을 집행부와 공동 설계하는 주도적 정책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둘째, 지방재정 위기를 능동적으로 극복하고 재정 통제권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공통으로 심각한 재정적 난국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선심성 정책이나 재정 낭비는 주민의 저항과 불신을 부를 뿐이다. 의회는 예산 심의 및 의결 과정을 대폭 내실화하고, 성과가 부진한 사업들의 대담한 정리, 보조금과 출연기관에 대한 엄격한 성과관리, 행사성 및 축제성 경비의 과감한 삭감을 추진하여 지출구조를 획기적으로 조정함으로써 재정에 대한 실질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셋째, 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열린 의회'를 운영해야 한다. 시민은 4년에 한 번 투표하는 단순한 유권자가 아니라, 임기 4년 내내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를 평가하고 감시하는 지방자치의 참된 주인이다. 주민을 정책의 공동생산자로 참여시키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청소년 의회, 주민참여형 정책토론회, 시민정책 제안제를 적극 활성화해야 한다. 또한 주민참여 예산제와 주민자치회를 지방의회와 실질적으로 연계하고, 야간의회를 도입해 주민에게 직접 다가가는 '찾아가는 의회'로 체질을 개선해야 하며, 의정 회의와 각종 정보를 주민과 항시 투명하게 공유해야 한다.
넷째, 의회 스스로 청렴·윤리·투명성을 강화하는 배가의 자정 노력이 시급하다. 이해충돌을 엄격히 방지하기 위한 겸직금지 준수, 관행적 해외연수 제도의 근본적 개선, 윤리심사의 실효성 확보는 물론 의정활동비 공개와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의 투명한 공개를 추진하여 시민의 높은 도덕적 기준에 부응해야 한다.
이렇게 중요하고 어려운 과제들을 해결하는데 필요한 긍정적 조건들이 민선9기에 충족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우선 AI 메이트 시대를 맞아 지방의회가 전문화·정책화 되는데 필요한 수단들이 이제 대거 활용가능해 졌다. AI 시대는 기술발전이라는 단선적인 현상만이 아니라 지방의회가 마주한 정책역량의 구조적 한계 극복과 높아진 시민 직접참여의 기대가 충족 가능해졌다.
민선9기 지방의회의 또다른 희망적인 변화는 여성의원의 진출이 두드러 졌다는 사실이다. 1991년 지방의회 부활 당시 0.9%, 민선 1기 1.3%에 불과했던 여성의원 비율은 민선 9기 광역 28.6%, 기초 36.8%로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울산시의회 역시 역대 최다인 8명(36.4%)의 여성의원이 입성하여 사상 처음으로 30% 선을 돌파했고, 전반기 의장으로 전국 유일의 여성 광역의장까지 배출하며 실질적인 중대 전환기를 열었다.
지방자치는 생활자치가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여성의원들의 진출은 지방의회가 활성화되는데 그리고 지방의회를 혁신시키는데 긍정적인 조건이 될 수 있다. 특히, 울산광역시의 복지·돌봄, 여성·청소년 문제는 물론 산업·경제·도시계획 등 새로운 서비스와 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여성의원들에 거는 기대가 크다. 더욱이 한국의 역대 지방의회사에서 여성의원이 남성의원들 보다 부패나 비리에 연류된 비율이 훨씬 낮다는 사실에서도 지방의회가 혁신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민선9기 지방의회, 특히 울산광역시의회는 시민과 함께 열린 의회, 지역의 미래를 재설계하는 정책 의회로 새로 태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따라서, 지난 민선1기 때부터 크게 확보하지 못한 시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이 절호의 기회를 울산시의회가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나아가, 전국 광역시의회의 개혁을 선도하는 울산시의회로 거듭나기를 시민들과 함께 크게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