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 회장 취임 1년…사업 재편·신사업 투자 속도

조선·건설기계 계열사 합병 경쟁력 강화 MASGA 기반 美 공략·SMR 등 신사업 투자 중국 기술 추격 속 통합 시너지 실현 ‘관건’

2026-10-15     오정은 기자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지난 9월 30일 열린 대호 김종서함 진수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오는 17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정 회장은 지난 1년간 조선·건설기계 사업 부문 재편을 주도해 경쟁력 강화에 나섰으며,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를 바탕으로 미국 시장 공략과 신성장 동력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는 지난해 12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를 합병해 통합 HD현대중공업을 출범시켰다. 양사의 설계·생산 역량과 기술력을 결집해 대형부터 중형 선박까지 아우르는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마스가에 대비한 함정 건조 역량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2035년 매출 37조원, 방산 부문 매출 10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 조선·방산 기업과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미국 방산기업 안두릴과 무인수상정 공동 개발을 추진하고, 키윗과는 현지 선박 건조 및 블록·모듈 생산 협력을 추진 중이다.

건설기계 부문에서도 올해 1월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를 합병해 HD건설기계를 출범시켰다. 현대와 디벨론 두 브랜드 체제로 사업을 통합하고, 2030년 매출 14조1,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해외 시장에서도 성과를 냈다. 지난 5월 인도 굴착기 시장에서 월간 점유율 20.5%로 일본 히타치와 영국 JCB 등을 제치고 1위에 올랐으며, 칠레에서는 광산 밀집 지역에 거점을 새로 열고 광산장비 시장 공략에 나섰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HD현대는 지난 9월 육상 발전용 엔진 생산기지와 소형모듈원자로(SMR) 전용 생산시설 구축에 총 1조722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8,336억원은 힘센엔진 생산기지 구축에, 2,386억원은 SMR 핵심 기자재 생산시설 건설에 투입된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로 늘어나는 전력 수요와 차세대 원자력 에너지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엔진 사업에서는 이달 말 준공 예정인 군산 엔진 신공장을 거점으로 2030년 매출 2조5,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SMR 분야에서도 미국 기업 테라파워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정 회장은 지난 8월 빌 게이츠 테라파워 창업자 겸 회장과 만나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다만 중국 조선업계의 기술 추격과 주력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의 노사 갈등, 중동 정세 불안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중국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에서도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임금·단체협약 잠정합의안도 지난 2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52.14%의 반대로 부결됐다.

정 회장이 사업 재편을 통한 시너지 창출과 미래 사업 투자를 이어가는 가운데, 이를 실질적인 수익성과 글로벌 시장 경쟁력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향후 경영의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