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민참여형 축제 가능성 보여준 ‘울산고래축제’

2026-10-18     강정원 논설실장

  서른 돌을 맞은 ‘울산고래축제’가 관행적 인원 동원의 구태를 벗고 진정한 시민참여형 축제로의 진화를 입증하며 어제 막을 내렸다. 행정기관 주도의 보여주기식 의전을 과감히 덜어내고, 무대와 거리의 주도권을 시민에게 온전히 돌려준 이번 축제는 ‘지역 축제의 주인공은 누구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에 분명한 해답을 남겼다.

  이번 고래축제의 성과는 축제 문화를 짓누르던 ‘동별 강제 동원’을 전면 중단하는 결단에서 출발했다. 머릿수 채우기식의 관치(官治) 행정을 지운 자리에는 시민 300명이 화음을 맞춘 개막 대합창과 시민·예술단체가 함께 호흡한 거리 퍼레이드가 채워졌다. 관객이 객석에 앉아 수동적으로 구경하는 데 그치지 않고 축제의 주체가 돼 장생포를 누비자, 현장의 열기와 결속력은 자연스럽게 배가됐다. 여기에 장생포의 역사 30년을 조명한 아카이브 전시, 지역 상권과 호흡한 ‘고래상생마켓’이 더해지며 내실과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았다.

  이는 현재 울산시가 맞닥뜨린 지역 대표축제 개편 논의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울산시는 대표 축제인 ‘울산공업축제’의 명칭 변경과 정체성 재정립, 콘텐츠 다변화 등을 다각도로 고심하고 있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할 것은 이번 고래축제와 같이 시민들의 일상과 유리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축제의 기획에서 준비과정과 실제 실행과정까지 시민들이 참여해야 ‘관 주도의 의전 행사’나 ‘산업계 중심의 일방적 과시’로 흐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고래축제가 보여줬듯, 축제의 성패를 가르는 열쇠는 ‘누가 축제의 주인인가’에 있다. 울산 대표축제 역시 산업 유산의 단순 나열을 넘어 노동자와 그 가족, 청년과 미래 세대가 스스로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열린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지역의 문화 예술인들에게도 공연 기획에서부터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한다.

  울산시는 이번 남구의 고래축제가 시도한 혁신적 실험을 꼼꼼히 복기해 대표축제는 물론 시정 전반의 문화 기획에 적극 투영해야 한다. 대표 축제의 이름표를 바꾸는 일에 매몰되지 않고, 울산 시민의 삶과 산업, 문화가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참여의 장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치밀하게 고민하길 바란다.

  시민이 주인이 될 때 축제는 더 풍성해진다. 시민이 연출자이자 주인공이 될 때, 비로소 울산을 대표하는 축제는 시민들의 자부심으로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