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끝내지 못한 이야기, 이중섭을 만나다 (7)흰 소
고난 딛고 일어서려는 듯 거친 붓질에 담긴 생명력
2026-10-19 고은정 기자
원산에서 부산으로 피난 온 이중섭은 제주도로 갔다가 다시 1951년 12월에 부산으로 돌아오면서 갖은 고생을 겪었다. 오죽하면 스스로 “제주도 돼지”라고 자신을 불렀을까. 이듬해인 1952년 6월 아이들과 아내 마사코는 일본으로 건너가게 된다. 이렇게 가족과 이별한다. 다행스럽게 1953년 7월에 가족을 만나러 갔지만 그리 행복한 만남은 아니었다. 일주일 만에 되돌아온 그는 공예가 유강열에게 통영으로 초대받아 11월에 이주하게 된다.
이중섭은 통영에서 풍경화는 물론이고 까마귀, 복숭아, 가족 등을 소재로 한 자신만의 양식을 만들어냈다. 그중에서〈소〉시리즈를 본격적으로 제작한다. ‘황소’, ‘붉은 소’ 등으로 불리는 그림들은 우리가 가장 많이 알고, 사랑하는 작품들일 것이다.
이 작품은 이중섭의 ‘황소’ 연작 가운데 하나인〈흰 소〉이다. 땅을 굳게 디딘 뒷다리, 잔뜩 어깨를 부풀려 고개를 숙인 모습이, 앞으로 막 나가려는 자세이다. 거칠고 빠른 검은 선으로 소 형태를 잡아낸 것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붉은 뿔과 입술 그리고 소의 생식기가 눈에 두드러져 보는 사람들에게 역동적인 소의 모습을 느끼게 한다. 게다가 소 앞머리 쪽 땅을 봉곳 솟아오르게 그린 작가의 감각이 한 번 더 감탄하게 만든다. 땅 모양으로 소의 역동성을 한층 강조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