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돈 버는 도시’ 넘어 ‘사는 도시’로…울산 정주전략 전환 필요
[긴급진단_울산 인구지형 바뀐다] (하)일터는 울산, 삶터는 타지 부산·경주·양산 등 인접 도시 주거 선택 울산 거주지 외 통근 취업자 24만명 남북부권 신도시·제2혁신도시 대안 부상 주거비·교육·생활 인프라 확보가 관건 울산시, 2027~2031년 인구정책 재설계
울산 인구 유출의 또 다른 단면은 ‘일자리’와 ‘거주지’의 분리다. 울산에 직장을 두고도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부산·경주·양산 등 인접 도시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는 근로자들이 적지 않다. 울산의 인구 지형이 달라지는 가운데 이제는 일자리 확보를 넘어 실제 거주와 장기 정착을 이끌어낼 도시 구조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남북부권 신도시 개발과 제2혁신도시 유치 등이 새로운 인구정책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 직장 따로 생활 따로…늘어나는 통근 인구
울산은 거주지와 일터가 다른 통근 취업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에 따르면 울산의 거주지 외 통근 취업자는 24만명으로, 공표된 전체 통근 취업자 56만6,000명의 42.4%를 차지했다. 지난해 하반기 41.9%(23만6,000명)보다 0.5%p 높아졌다.
같은 기간 거주지 내 통근 취업자는 32만7,000명에서 32만6,000명으로 1,000명 줄어든 반면, 거주지 외 통근 취업자는 4,000명 늘었다.
구·군별 거주지 외 통근 취업자는 남구가 6만6,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구 6만3,000명, 북구 5만명, 울주군 3만8,000명, 동구 2만3,000명 순이었다. 다만 해당 통계는 울산 구·군 이동을 포함해 거주지와 근무지가 다른 취업자를 보여주는 것으로, 부산·경주 등 타 시·도 거주 근로자의 규모를 직접 나타내지는 않는다.
실제로 석유화학·자동차·조선 등 울산의 주요 산업 현장과 접근성이 좋은 인접 도시는 울산 근로자들의 주거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 부산 기장군 일광읍 일대에 조성된 일광신도시를 비롯해 경주 외동읍, 양산 등은 울산과 생활권을 공유하는 지역이다.
이미 북구 자동차산업 종사자 중에는 경주 외동읍 등 인접 지역에서 출퇴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김유화(39) 씨는 “교통이 좋아지면서 울산과 외동을 차로 30분 정도면 오갈 수 있는 데다 집값도 울산 도심보다 저렴하다”며 “울산에서 일하면서도 외곽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이 늘면서 함께 카풀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신도시 개발·제2혁신도시 유치…인구정책 답할 과제
외곽지역 인구까지 흡수하려면 일자리 확충을 넘어 도시 전략 자체를 전환해야 한다.
‘남·북부권 신도시 개발’과 ‘제2혁신도시 유치’가 행정당국과 지역사회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남북권 신도시 개발은 울주군 웅촌면 등 남부권과 북구 농소·천곡동 등 북부권에 새로운 주거 기반을 마련해 인접 도시로 향하는 주거 수요를 울산으로 끌어들이려는 구상이다. 일자리와 가까운 곳에 주거지를 확충해 울산에서 일하면서도 다른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를 지역 안으로 흡수하겠다는 취지다.
주거 기반 확충과 함께 새로운 일자리를 확보하는 방안으로는 제2혁신도시 유치가 꼽힌다.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연계해 일자리를 늘리고, 이전 기관 종사자와 가족들의 지역 정착까지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두 대안 모두 현실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신도시를 조성하더라도 주변 도시보다 주거비가 높으면 근로자들의 실제 입주로 이어지기 어렵고, 제2혁신도시 역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끌어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도수관 울산대학교 교수는 “북구나 울주군 일대 근로자 중에는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경우도 있어 신도시를 건설하더라도 실제 입주할 경제적 여력이 부족할 수 있다”며 “신도시를 개발한다면 주택 가격 등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단순히 도시를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들이 현실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2혁신도시 유치에 대해서는 “지역에 분명한 이익이 되는 정책이지만 공공기관들이 지방 이전을 꺼리는 것이 현실적인 문제”라며 “기관을 유치하더라도 교육과 생활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실질적인 정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기능을 지역 내부에 갖추려 하기보다 수도권과의 접근성을 높여 서울권 출퇴근을 지원하는 방안 등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울산시도 이를 아우를 장기적인 인구정책 재설계에 착수했다. 현재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적용할 인구정책 종합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 중이며, 2050년을 내다본 중장기 인구정책 방향도 모색하고 있다.
인구 유입을 위한 신도시 도시개발 등 구체적인 정책 설계를 위한 용역도 내년부터 추진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국가 전체가 인구 감소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정부 정책 역시 인구 유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며 “울산도 미래 도시의 모습을 새롭게 고민하는 등 내년부터 여러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장기 과제 용역도 추가로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달라진 인구 지형은 울산의 인구정책이 단순한 인구 유입을 넘어 지역에 머물고 정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함을 보여준다. 일자리와 주거, 교육·생활 인프라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사람이 찾아오고 머무는 도시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울산의 새로운 인구정책이 답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