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솜방망이에 그친 음주운전 울산 시의원 징계
우려했던 ‘제 식구 감싸기’ 악습이 이번에도 한 치의 오차 없이 되풀이됐다. 울산시의회가 어제 본회의에서 면허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로 운전대를 잡은 소속 의원에게 내린 처분은 고작 ‘출석정지 15일’이었다. 과거 음주운전 전력에 더해 의회 윤리특별위원이라는 막중한 직책을 맡고도 만취 운전 범죄를 저지른 비위의 엄중함에 비추어 볼 때 실소를 금하기 어렵다. 더욱이 징계 기간 대부분이 의회가 열리지 않는 휴지기와 겹쳐, 해당 의원이 실제로 출석하지 못하는 본회의는 11월 2일 정례회 첫날 단 하루뿐이라고 한다. 사실상 아무런 불이익도 없는 ‘무늬만’ 징계인 것이다.
절차적 기만성 또한 심각하다. 의회는 비공개 무기명 투표로 반대 1명, 기권 3명, 찬성 15명이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징계안을 통과시켰다. 의장은 임시회 개회사에서도 “엄격한 도덕성”을 강조하며 “신속하고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징계 의결 후 폐회사에서는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시의회는 외부 자문, 윤리특위 심사, 본회의 표결에 이르는 3단계 절차 중 어느 곳에서도 징계 수위를 높이려는 자정 의지는 보여주지 않았다. 법정 상한인 출석정지 30일의 절반에 불과한 이번 처분은 ‘신속 처리’라는 명분 아래 비판 여론을 서둘러 덮으려 했다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무기력한 솜방망이 처벌은 이미 예견된 참사이기도 하다. 앞서 전임 울산시의회도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사실을 숨기고 2년여간 무면허 운전을 일삼은 동료 의원에게 가장 가벼운 수준인 ‘경고’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다. 중대한 범법 행위에도 면죄부를 쥐여주며 스스로 윤리적 마지노선을 무너뜨렸으니, 이번에도 징계 시늉만 내며 넘어가려 한 것은 의회 스스로 만들어낸 필연적 귀결이다. 타 지자체 의회가 상습 음주운전 의원에 대해 ‘제명’까지 가능하도록 자체 징계 규정을 강화하는 동안, 울산시의회는 최소한의 자정 기준조차 마련하지 않은 채 온정주의로 일관하고 있다.
당장 보름 뒤면 해당 의원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정례회에 복귀해 울산시 행정 전반을 점검하는 행정사무감사와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나선다. 법을 어기고 만취 운전으로 시민의 안전을 위협한 인물이 어떻게 공직자들의 기강을 감사하고 시정을 질타할 수 있겠는가. 꼼수 징계로 시민을 기만하는 의회는 스스로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것임을 뼈아프게 직시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