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가을 편지…낭만(浪慢) 가득 담아 그대에게 보냅니다
가을 노래 따라 로맨틱 어원 탐색 정해진 규칙 벗어난 감성 낭만주의 성남동 갤러리 걸으며 누리는 낭만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
찬바람이 싸하게 볼에 와 닿는 걸 느끼며 ‘이제 정말 가을이 왔구나’ 싶을 때면 매체를 통해 꼭 한번은 듣게 되는 이 노래는 2024년 세상을 떠난 작곡가 김민기가 만든 노래 중 70-80 포크송 세대들에겐 꽤 알려진 ‘가을 연가(戀歌)’이자 낭만의 노래라 하겠다.
이 노래는 시인 고은의 작품에 김민기가 곡을 붙여 1971년 가수 최양숙의 앨범에 실려 발표되었다. 이후 작곡가 본인을 비롯해 양희은, 송창식, 이동원, 최성수 등 대학 시절 포크송 좀 불렀던 세대들에겐 너무나 익숙한 많은 가수들이 리바이벌해 노래했었다. 가장 최근 가수로 박효신에 이르기까지 ...
이 노래가 이렇게 세대를 넘어 사랑받아 온 까닭은 가사에서부터 물씬 풍겨나는 가을 내음에, 단순하지만 센티멘털(sentimental)하고 멜랑콜리(melancolie)한 느낌 때문이 아닐까.
낭만(浪漫)이라 번역되는 ‘로맨틱(romantic)’은 흔히 ‘연애(戀愛)’ 또는 이성(異性)간의 사랑에 대해 말하는 것처럼 쓰여지고 있으나, 사실 그 어원을 제공한 프랑스어 romans(로망), romance(로망스)는 단순한 사랑의 이야기가 아니라 서사적인, 또는 영웅의 이야기를 뜻하는 옛 문학 장르를 지칭하는 용어에서 기원되었다. 즉 로맨틱은 단순히 인간의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영웅적인 서사 속 등장하는 사랑이야기였던 것이다.
유럽에서 19세기 들어서면서 등장한 ‘낭만주의(浪漫主義; romanticism)’는 계몽의 시대에 불같이 일어난 고전주의(古典主義; classicism)의 지나친 이성 중심에 싫증이 난 19세기 중산층 시민들을 위한 감성 중심, 감정 존중의 예술 사조였다. 낭만주의, 로맨티시즘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자유(自由)’이자 ‘개성(個性)’이다. 즉, 정해진 룰(rule)에 따라 학습을 통해 예술을 즐겨야 하는 것에 환멸을 느낀 대중들은 자신만의 취향, 기호에 따라 자신이 즐길 예술을 선택하고 행복에 빠졌던 것이다.
성남동에는 울산시립미술관이 있으며, 원도심 골목 골목에는 개인이 운영하는 갤러리들도 꽤 많다. 미술관이나 갤러리들은 공연과 달리 특별히 부담스런 입장료가 없는 것도 잇점이다. 갤러리의 특성에 맞게 큐레이팅된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자신의 취향 대로 끌리는 갤러리를 찾아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그 전에, 성남동에 산재한 개성 만점 어느 카페에 들러 향기 좋은 커피 한잔 즐긴 후, 러시아 국민악파 작곡가 무소르그스키(Modest Mussorgsky; 1839. 3. 21. ~ 1881. 3. 28.)가 자신의 피아노곡 『전람회의 그림(Pictures at an Exhibition)』에서 노래하고 있듯이, 이 화랑(花郞)에서 저 화랑으로 ‘프롬나드(promenade; 산책)’를 즐겨보는 것도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이 가을을 한껏 누리는 방법 아니겠는가.
중구 성남동엔 10월 들어 매주 주말마다 이런 저런 문화축제가 열리는 모양이다. 지난 주말 16일(금) ~ 17일(토)은 아트스트리트 울산이, 30일(토) ~ 11월 1일은 성남동 커피페스티벌이 열리면서 시민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게다가 나들이하기 좋은 한낮의 따스한(조금 뜨거운?) 햇볕과 선선한 바람은 시민들에게 ‘어서 오라’ 손짓하듯 마음을 부추긴다.
사계절 중 유난히 ‘가을’이 로맨틱(romantic)하게 느껴지는 건,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사람들의 마음에 와닿는 그 어떤 스산함인지 공허함 같은 기분이 매한가지였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