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건강] “감기인 줄 알았는데”…환절기 기침·가래, COPD 악화 신호일 수도
[이승현 동강병원 호흡기센터장_만성폐쇄성폐질환 관리법] 기온 변화·호흡기 감염에 급성 악화 위험 평소보다 가래 늘고 숨 가쁘면 진료 필요 금연·예방접종·규칙적 흡입제 사용 중요 폐기능검사로 조기 진단…적절한 운동 도움
아침저녁으로 기온 차가 커지는 환절기에는 기침과 가래가 늘고 숨이 차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특히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단순한 감기로 생각하고 넘겨서는 안 된다. 환절기의 호흡기 감염이나 기온 변화,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 자극은 COPD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승현 동강병원 호흡기센터장과 COPD에 대해 살펴봤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COPD는 담배 연기나 대기오염 등 유해한 입자와 가스에 장기간 노출되면서 기도와 폐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고, 공기의 흐름이 지속적으로 제한되는 질환이다. 흔히 ‘나이가 들어 숨이 차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COPD는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통해 증상을 조절하고 악화를 예방할 수 있는 만성질환이다. 2026년 국제 COPD 진료전략에서도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통해 증상 부담을 줄이고 악화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게 강조되고 있다.
#감기인 줄 알았는데 COPD 악화일 수도
COPD 환자에게 특히 중요한 것은 ‘급성 악화’를 피하는 것이다. 평소보다 기침이나 가래가 심해지거나 가래의 양과 색깔이 달라지고(푸르게 변함), 갑자기 숨이 더 차거나 가슴이 답답해지는 경우에는 COPD가 악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환절기에는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이 늘어나면서 COPD 악화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여기에 차고 건조한 공기, 큰 일교차,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 요인이 겹치면 호흡기 증상이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따라서 COPD 환자는 ‘조금 불편한 정도’라고 생각해 방치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평소보다 걷는 속도가 느려지거나 계단을 오르기 힘들 정도로 숨이 차고, 기침과 가래가 갑자기 증가한다면 즉시 의료진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금연
COPD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생활습관은 ‘금연’이다. 현재 흡연 중이라면 질환의 진행을 늦추고 폐 건강을 지키기 위해 금연을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직접 흡연뿐 아니라 간접흡연 노출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미세먼지나 대기오염이 심한 날에는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외출이 필요한 경우에는 적절한 보호 마스크 착용 등의 수칙을 지키는 것이 좋다. 실내에서는 주기적인 환기와 적절한 온·습도 유지에도 신경 써야 한다.
#예방접종, ‘치료’만큼 중요해
COPD 환자에게 호흡기 감염 예방은 매우 중요하다.
최근 발표된 ‘2026 GOLD(세계만성폐쇄성폐질환기구) 가이드라인’ 역시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폐렴구균 예방접종 기준을 보다 구체화했다. 이번 개정 지침의 핵심은 COPD 환자의 지역사회획득폐렴(CAP) 발생을 줄이고 급성 악화 위험을 낮추기 위해, 최신 백신인 21가 단백결합백신(PCV21) 또는 20가 단백결합백신(PCV20)을 1회 접종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이 추가되었다.
다만 예방접종의 대상과 접종 시기, 백신 종류는 연령과 기저질환, 과거 접종력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의료진과 상의해 본인에게 필요한 예방접종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증상 없다고 흡입제 임의 중단 안 돼
COPD 치료는 증상이 심할 때만 약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처방받은 흡입 기관지 확장제를 규칙적으로 사용해 평소 호흡기 증상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급성 악화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혹 증상이 좋아지면 환자 스스로 약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COPD는 증상이 잠잠하다고 해서 질환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약물의 종류와 용량을 임의로 변경하기보다는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또한 흡입기는 약을 ‘어떤 것을 쓰느냐’만큼이나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잘못된 흡입 방법은 약물이 폐에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게 할 수 있으므로 정기적으로 흡입기 사용법을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숨이 차더라도 움직여야 한다
COPD 환자는 숨이 차는 것이 두려워 활동량을 줄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움직임이 지나치게 줄어들면 근력이 떨어지고 운동능력이 감소하면서 오히려 일상생활에서 더 쉽게 숨이 찰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상태에 맞는 규칙적인 신체활동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리한 운동을 시작하기보다는 의료진과 상의해 걷기 등 적절한 운동을 꾸준히 시행하고, 필요한 경우 호흡재활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질병관리청 역시 COPD 환자에게 규칙적인 운동과 처방된 호흡기 약물의 올바른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나이 탓’으로 넘기지 말아야
COPD는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단순 노화로 오인하기 쉬워 조기 진단율이 매우 낮은 질환이다. 오랜 기간 기침이나 가래가 있거나, 예전보다 걷거나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차는데도 이를 단순히 나이 탓이나 운동 부족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흡연력이 있거나 직업적·환경적으로 먼지와 유해물질에 노출된 사람에게 지속적인 기침, 가래, 호흡곤란이 있다면 폐기능검사를 통해 COPD 여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GOLD 가이드라인 역시 증상이나 위험요인이 있는 사람에서 폐활량검사(spirometry)를 포함한 적극적인 진단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과거에 비해 숨이 차는 정도가 뚜렷하게 심해졌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겼다면 진료를 미루지 않는 것이 좋다.
#환절기, ‘악화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
COPD는 한 번 진단받았다고 해서 모든 활동을 포기해야 하는 질환이 아니다. 오히려 금연, 적절한 약물치료, 예방접종, 감염 예방, 규칙적인 운동과 영양관리 등을 꾸준히 실천하면 안정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소 자신의 호흡 상태를 알고 변화가 생겼을 때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다. 평소보다 기침과 가래가 늘었는지, 가래의 색이나 양이 달라졌는지, 숨이 더 차지는 않았는지를 살펴보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누구에게나 호흡기 증상이 생길 수 있지만 COPD 환자에게는 작은 변화가 큰 악화의 신호일 수 있다. ‘나이가 들어서 그렇겠지’, ‘감기겠지’라고 넘기기보다 자신의 폐 건강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환절기 COPD 관리의 핵심은 증상이 생긴 뒤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예방하여 평소의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