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밀려난 울산 조선소 설계팀장, 7천 년 전 고래잡이를 만나다

울산연극창작소, 창작연극 ‘항해’ 28일부터 지역 공연장서 6회 공연 반구천 암각화·현대 조선산업 연결 영상 맵핑·선사시대 퍼포먼스 주목 지역 연극인 중심…국·시비 5억 투입

2026-10-21     고은정 기자
울산연극창작소가 2024년 선보인 ‘반구천의암각화 선사에 새긴 뜻은’ 공연 장면. 울산연극창작소 제공
7천 년 전 반구천 암각화를 새긴 선사인들의 삶과 인공지능(AI) 시대 조선업 현장이 한 무대에서 만난다.

울산연극창작소의 창작연극 ‘항해’가 오는 28일 북구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첫선을 보인다. 2024년 ‘반구천 암각화, 선사에 새긴 뜻은?’에 이어 울산의 역사문화와 산업을 소재로 선보이는 두 번째 창작극이다.

울산연극창작소는 2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작품의 제작 과정과 공연 계획을 소개했다.

‘항해’는 회사의 일방적인 AI 도입에 반발해 사표를 던진 울산 조선소 설계팀장 오태석의 이야기다. 평생 배를 만들어온 삶에 공허함을 느끼던 그는 반구대 암각화를 찾고, 선사인들이 남긴 흔적을 마주하며 자신이 만드는 배와 후대에 전해야 할 가치를 돌아본다.

작품은 선사시대 사람들이 고래를 사냥하고 바다로 나아가는 모습과 현대 조선산업의 현장을 교차시킨다. 장면 사이 암전을 최소화하고 영상 맵핑을 적극 활용해 두 시대의 시공간을 빠르게 넘나든다. 현대 장면은 사실적인 연기로, 선사 장면은 몸짓과 퍼포먼스로 표현한다.

2024년 작품이 반구천 암각화의 역사적 가치와 선사인의 삶을 조명했다면, 이번에는 선사시대의 역사적 정체성이 현대 울산의 조선산업과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데 중점을 뒀다.

창착연극 ‘항해’ 연습 모습. 울산연극창작소 제공
제작 방식도 달라졌다. 올해는 별도의 전국 단위 시즌 단원 모집 없이 울산 연극인들이 중심이 돼 무대를 꾸린다. 전작에서 무용단이 담당했던 선사시대의 움직임과 퍼포먼스도 배우들이 직접 소화한다. 이를 위해 연습량과 시간을 늘렸으며, 마임이스트 고재경도 함께한다.

공연장도 1,000석이 훌쩍 넘는 대공연장 대신 배우의 표정과 움직임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중소공연장으로 옮겼다. 울산문화예술회관과 울산연극창작소가 연습부터 공연까지 협력해 제작한 점도 특징이다.

창착연극 ‘항해’ 연습 모습. 울산연극창작소 제공
이번 작품은 문화체육관광부 ‘2026년 지역대표 예술단체 지원사업’ 선정작으로, 국비 2억 원과 시비 3억 원 등 총 5억 원이 투입됐다. 울산시가 주최하고 울산문화예술회관과 울산연극창작소가 공동 주관한다.

극본은 전우수 작가가 썼으며, 전명수 예술감독, 이우천 각색·연출, 이현철 제작감독, 양상진 작곡·음악감독이 참여했다. 주인공 오태석 역은 정재화 배우가 맡는다.

창작연극 ‘항해‘
공연은 이달 28~29일 오후 7시 30분 북구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 11월 6일 오후 7시 30분과 7일 오후 4시 중구문화의전당 함월홀, 11월 13일 오후 7시 30분과 14일 오후 4시 울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총 6차례 열린다.

공연 시간은 100분이며 초등학생 이상 관람할 수 있다. 관람료는 5,000원으로 울산문화예술회관 홈페이지에서 예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