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자녀의 행복한 성장을 위한 학부모 역할

대학 간판 너머 자녀 행복 바란다면 스스로 설계 자기주도성 길러줘야 믿고 기다리는 좋은 부모 ‘파이팅’

2026-10-22     박봉철 울산교총 상임고문·본지 독자권익위원
박봉철 울산교총 상임고문·본지 독자권익위원

 모든 부모에게 자녀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다. 그래서 부모는 자녀가 건강하게 성장하고, 바른 인성을 갖추며, 자신의 적성과 능력을 발견하고, 스스로 삶의 방향을 설계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결국 부모가 자녀에게 바라는 가장 큰 소망은 '성공'보다 '행복'일 것이다.

 그러나 자녀가 학교에 입학하면서 부모의 모습은 '학부모'라는 이름으로 달라진다. 학부모가 되면 자녀의 성적과 학교생활, 진학과 진로에 관심이 커진다.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다", "좋은 대학에 진학했으면 좋겠다", "안정적인 직업을 가졌으면 좋겠다", "사회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자연스럽게 생긴다.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랑에서 비롯된 마음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한 번쯤 멈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자녀가 살아가는 삶은 부모가 원하는 삶인가, 자녀가 원하는 삶인가?"

 "좋은 성적과 좋은 대학이 과연 행복을 보장하는가?"

 "학부모의 기대와 자녀의 행복한 성장은 함께 가고 있는가?"

 부모와 학부모는 같은 사람일 수 있지만 역할과 시선은 조금 달라야 한다. 

 부모는 자녀의 인생 전체를 바라봐야 한다. 성적이나 대학보다 자녀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는지, 자신의 삶을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반면 학부모는 학교교육의 동반자다. 자녀의 학업과 진로를 지원하고 학교와 소통하면서 자녀가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도록 도와야 한다. 학부모의 역할은 자녀에게 정답을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따라서 부모와 학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비교보다 격려, 간섭보다 기다림, 결과보다 과정, 명령보다 대화, 실수보다 성장에 주목하는 자세다.

 자녀가 다른 친구보다 성적이 낮다고 비교하기보다 지난번보다 무엇이 좋아졌는지를 살펴야 한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왜 이것밖에 못 했니?"라고 묻기보다 "무엇이 어려웠니?", "다음에는 어떻게 해볼까?"라고 물어야 한다. 부모의 한마디가 자녀에게 좌절의 이유가 될 수도 있고, 다시 일어서는 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래사회에서 자녀에게 필요한 중요한 역량은 자기주도성이다. 부모가 모든 것을 계획하고 결정해 주는 자녀는 부모의 도움 없이는 자신의 삶을 설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자기주도성은 거창한 교육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작은 일부터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계획하고, 실천하고, 결과를 돌아보는 경험을 반복하면서 길러진다.

 "무엇을 하고 싶니?"

 "그 목표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잘되지 않았다면 다음에는 어떻게 해볼까?"

 부모와 학부모가 이런 질문을 던질 때 자녀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선택에 책임지는 법을 배운다.

 물론 자녀에게 좋은 대학과 안정적인 직업을 바라는 부모의 마음을 탓할 수는 없다. 부모라면 누구나 자녀가 힘들지 않고 안정된 삶을 살기를 바란다. 그러나 부모의 기대가 자녀의 꿈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

 자녀의 인생은 결국 자녀가 살아가야 한다. 부모가 대신 공부해 줄 수도 없고, 대신 직업을 선택해 줄 수도 없으며, 대신 행복해 줄 수도 없다. 그렇기에 부모가 자녀에게 물려주어야 할 가장 소중한 것은 좋은 성적이나 좋은 대학만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다.

 좋은 학부모는 자녀의 성적표만 바라보지 않는다. 성적표 뒤에 있는 한 사람의 노력과 가능성, 그리고 성장의 과정을 바라본다. 좋은 부모는 자녀의 앞에서 모든 길을 정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자녀가 스스로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뒤에서 믿고 기다려주는 사람이다.

 아이들은 저마다 성장하는 속도가 다르다. 어떤 아이는 일찍 자신의 적성을 발견하지만, 어떤 아이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자신의 길을 찾는다.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 가느냐가 아니라 자신의 길을 찾아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느냐이다.

 성적은 자녀의 한 부분이지 자녀의 전부가 아니다. 대학은 인생의 목적지가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다. 부모와 학부모가 이 사실을 기억한다면 자녀를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은 달라질 것이다.

 부모는 자녀에게 삶의 울타리가 돼주고, 학부모는 학교와 자녀를 연결하는 조력자가 돼야 한다. 자녀가 힘들 때 손을 내밀되 대신 걸어주지는 말아야 한다. 넘어졌을 때 일으켜 세워주되 다시 걸어가는 것은 자녀의 몫으로 남겨둬야 한다.

 그리고 자녀에게 이렇게 말해줄 수 있어야 한다.

 "네가 원하는 길을 찾아보렴. 엄마 아빠는 네가 스스로 걸어갈 수 있도록 믿고 기다려줄게."

 그 믿음이 자녀에게 자신감을 주고, 그 기다림이 자녀에게 자기 삶을 살아갈 용기를 준다.

 좋은 부모는 앞에서 끌고 가는 사람이 아니라 뒤에서 믿어주는 사람이다. 좋은 학부모는 대신 결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녀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다. 자녀의 행복한 성장은 부모의 기대를 내려놓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기대와 자녀의 꿈이 조화를 이루도록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박봉철 울산교총 상임고문·본지 독자권익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