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소나무 괴롭히는 악재

빨갛게 물들어가는 금수강산 위용 ‘위태’ 재선충 확산 소나무 줄고사 … 대책 ‘절실’ 민족 얼 서린 나무 살리기 모두 힘 모아야

2026-10-25     최인수 시조시인·문수필담 동인
최인수 시조시인·문수필담 동인

    번잡스러운 환경 언제나 도시 가운데 묻힌 생태에 살아오는 것이 일상화됨에 따라 좋은 생활권이 어떤 환경인지도 속 좁은 시야로 불만없이 살다 보니 교외로 나갈 기회를 잡지 못하고 살아왔다

  집안의 연중 행사로 지난 9월 어느 날 선산 벌초에 참여하는 길이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넓은 들에는 어느덧 벼 이삭이 고개를 숙이고 여물어가고 있음에 인생의 황혼기를 빗대어 보게 된다. 가뭄과 고르지 못한 기상을 극복하고 고개를 숙인 벼 이삭 앞에 사람의 일생이 그저 거기서 거기인 것 같다. 인생을 접목시켜 보는 것은 순간적인 난센스일 뿐이다.

  이날 나들이에서 받은 충격은 엉뚱한 곳에 있다. 산악이 많은 우리 강토의 특성은 산림이 울창해 유산소 대기권이 좋을 뿐 아니라 목재자원이 쌓여 감에 장래 무성한 삼림보국(森林輔國)이 될 것이란 희망이 넘친다.

  이 삼림 가운데 으뜸이 소나무가 아닌가. 소나무는 60여년 전까지만 해도 주식(主食)을 이어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화목(火木)이 됐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국민은 드물 것이다.

  소나무는 나무 중에서 우리 민족의 삶의 맥을 같이해왔다. 그런 가운데 우리 민족이 지내온 역사처럼 소나무도 우여곡절이 많은 것을 보면 그 일상도 순탄치 않았다. 땔감으로 벌채를 당하고 송충에게 잠식당한 아픈 경험에도 끄뜩없이 나래를 펴고 활기차게 무성함에 우리 정서마저 안정됐다.

  가장 무서운 것은 애꿎게도 무지한 인간들로 인해 발생하는 산불로 선 자리에서 살신 모습으로 소진되기도 한다. 남해고속도로를 질주하면서 전개되는 양쪽 산세는 지주수재(地主水財·산은 인재를 낳고 물은 재물을 얻는다), 용혈사수(龍穴砂水·묘지와 집터의 명당자리를 보는 순서를 말함)를 웅변한다. 온 산골이 유용한 길지(吉地)로 널부러져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금수강산을 입히고 있는 소나무가 빨갛게 말라 죽고 있다. 국민의 얼이 말라가는 듯하다. 숲속에 드문드문히 서 있는 소나무는 낙엽수 속에서 겨울이면 독야청청 흰 눈을 뒤집어쓴 자태는 옛날 선비에 버금가기도 한 모습이 아니던가.

  집단으로 자생한 곳은 남김없이 모조리 고사목이 돼 절단이다. 보기가 딱하기도 하다. 천재(天災)라서 손을 놓고 당하기만 하는 것일까. 원인이 달라붙은 해충인지 전염되는 병균인지 하더라도 온 산야를 대처해나갈 방도가 없겠는가.

  히말라야 빙산이 갑자기 녹아내려 홍수의 거센 물결에 대항 못하는 현대문명은 자연재해 앞에는 바람 앞에 촛불 같기도 하다.

  소나무를 침범하는 괴질이 산야를 지키며 덮고 있는 모습은 민족의 상징인 얼을 넘나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해안에서부터 내륙으로 번져가는 느낌이다. 10여년 전부터 한두 개 고사목이 발생되기도 했다. 당시 고사목의 작은 가지 하나라도 이동을 금지하여 제자리에서 토막으로 짤라 쌓아놓고 소독처리하여 천막재로 둘러씌워 놓은 것이 지금까지 흔적은 그대로 있다.

  천재지변처럼 전 산악지대로 번져진다면 어찌할꼬. 남해고속도상의 산록을 바라보면 이제 시작이 되고 있는성싶다.

  국가가 고사목 방제력을 동원하여 이 고약한 재해를 막아내는 방책이 절실함을 생각해도 마음이 무겁다. 산불이 나면 소나무 자체의 송진으로 인해 잘 타버리기 때문에 다른 수종으로 삼림을 대체해야 한다는 설도 있다.

  오늘날 문명의 첨단을 향유하는 시대에 산불과 제선충이란 불가항력에 손을 들고 만다는 걸 생각하면 안타깝기만 하다. 왜 당국에서 이렇다 할 말 한마디 없을까. 심지어 언론에서도 자갈을 물리고 있는 것일까. 안타깝게 바라만 보지 말고 온 국민은 원망보다 같이 고민하는 뜻을 모았으면 좋겠다.

  60여년 전에 산록이 헐벗어 숲이라고 볼 수 없는 삭막할 때 산림보호란 거창한 구호아래 솔씨나 잔디씨를 채집하여 학교에 바치기도 한 시절로 시작하여 국가경제발전과 더불어 오늘날 숲의 산야로 자부심을 앞세우는 나라가 되기도 했다.

  이 소나무 제선충이란 해괴한 미세생물에 손을 들고 말 것인가. 우리 국민의 삶과 정서를 지탱해주는 소나무가 죽어가는 천재(天災)를 막아낼 지혜를 주시기를. 하느님이시여! 이 땅을 굽어보시옵소서. 최인수 시조시인·문수필담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