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전통시장 노인보호구역 ‘0곳’…태화시장 지정도 무산
태화·신정시장 최근 3년간 중상사고 24건 2024년 조례 개정에도 실제 지정 실적 전무 태화시장 1.2㎞ 지정 추진 주민 반발로 철회 고령 보행자 안전·상인 생업 고려 대책 시급
2026-10-26 윤병집 기자
26일 울산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지역 내 지정된 노인보호구역 153곳 중 전통시장 주변은 한 곳도 없다.
전통시장은 좁은 도로와 불법주정차가 겹치는 데다 장날에는 차량과 보행자가 뒤섞이면서 교통사고 위험이 커지는 곳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65세 이상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는 2023년 550명에서 2024년 616명, 2025년 619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고령 보행자 사고가 잦은 지점 641곳 가운데 497곳(78%)이 전통시장 반경 400m 이내에 분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에서도 2023~2025년까지 지역 대표 전통시장인 태화시장과 신정시장 주변에서 각각 중상사고 19건, 5건이 발생했다. 두 시장 모두 찾는 손님 대부분이 고령인 데다, 장날 때 부족한 주차 공간 탓에 갓길 주차가 횡행하면서 사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해당 기간 사망자는 없었지만, 전통시장 주변의 보행 안전을 강화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026년 상반기 기준 울산의 65세 이상 인구도 약 20만명에 달한다.
경찰청과 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도 지자체에 전통시장 주변 보호구역 지정을 여러 차례 권고해왔다. 최근에는 경찰청이 고령 보행자가 사고에 취약하다고 판단한 전통시장 주변 29곳을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이에 울산시는 2024년 4월 ‘울산광역시 노인·장애인 보호구역 교통안전관리 조례’를 개정해 전통시장을 노인보호구역 지정 대상에 추가했지만, 현재까지 지정된 바 없다.
태화시장 상인회는 지난 7일 태화루사거리에서 선경아파트2차사거리, 울산축산농협앞사거리, 태화시장주차장입구로 이어지는 약 1.2㎞ 구간을 ‘ㅁ’ 형태로 둘러싸는 노인보호구역 지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상인과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신청 일주일 만인 15일 취소했다.
권영오 태화시장 상인회장은 “울산시에서 지정을 권유해 처음에는 노인 안전을 위한 보호시설물을 설치하는 정도로 이해했다”며 “나중에 잘못 이해했다는 것을 알고 상인과 주민들이 반대해 취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상인들은 차량을 갓길에 세워 짐을 내릴 일이 많고, 장날에는 갓길 주차가 빈번하다 보니 과태료 문제가 가장 우려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통시장 주변 노인보호구역은 시장을 대표하는 상인회에서 지정 신청을 해야만 심의가 가능하다 보니, 상인들은 물론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의사를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울산시 관계자는 “지자체와 관할 경찰서에서 상인회를 지속적으로 접촉하면서 전통시장 주변 노인보호구역 지정을 독려하고 있지만, 상인들의 생업이 달린 문제인 만큼 큰 반향을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지정 후 늘어날 규제와 과태료 인상으로 인한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교통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