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아닌 절망대출”…울산 소상공인들 상생금융 높은 문턱에 ‘한숨’
시중은행, 시행 두 달간 52건 중 23건 승인 125억 규모 상생금융, 승인율 44% 그쳐 무담보·무보증 내세웠지만 신용심사에 발목 소상공인 “기준 완화”…은행 “건전성 유지”
2026-10-28 신섬미 기자
28일 자영업자 B씨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A은행 지점장의 권유로 대출을 신청했다.
이 대출은 지난 8월 A은행이 울산시, 울산신용보증재단과 소상공인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맺은 데 이어 소상공인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자체적으로 마련한 125억원 한도 특별대출 상품이다.
울산에서 3개월 이상 영업한 연 소득 4,000만원 이하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담보와 보증 없이 업체당 최대 2,000만원까지 저금리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유리한 대출 조건에 B씨는 흔쾌히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바로 다음 날 해당 지점장으로부터 ‘대출 부결’ 통보를 받았다.
B씨의 신용점수가 심사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B씨는 “그동안 연체를 해본 적도 없고 코로나19 시기에 받았던 대출금 2,000만원도 지난 4월 성실하게 분할 상환을 완료했다”라며 “KCB 신용점수도 600점대인데, 대출이 거절될 만큼 낮은 수준인지 의문”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부결 사유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도 듣지 못해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탈락했는지 모르겠다. 납득되지 않는다”라며 “소상공인 희망대출이 아니라 절망대출인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해당 대출의 제외 대상을 살펴보니 △당행 기준 정밀신용조사 대상사업자 △당행 정책적 거절대상자 △당행 특수채권 보유자 등 은행에 손해를 끼친 자 △신청일 현재 신용불량정보 등재 또는 금융기관 연체 중인 자 △당행 CSS 등급 8등급 이하인 자 △대출금지 업종 영위 중인 자(도박, 유흥 및 게임관련업종, 건전문화 저해 관련 업종, 투기조장 관련업종, 부동산업 등)이었다.
대부분 A은행이 자체 신용평가와 별도로 정한 대출 심사 기준 등에 따른 항목이 포함돼 있었다.
이 때문인지 상당수 소상공인이 심사의 벽을 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이 시행된 지난 8월 27일부터 10월 16일까지 총 52건의 신청이 접수됐으며, 이 가운데 승인된 건수는 23건으로, 신청 건수 대비 승인 비율은 44%에 그쳤다.
23건 모두 최대 한도로 대출을 받았다고 가정하더라도, 두달간 지원된 자금은 전체 대출 한도 125억원 가운데 4억6,000만원으로 약 3.7%에 불과하다.
나머지 29건 중 21건은 신용평점시스템 8등급 이하, 정책적 거절, 체납 보유, 연소득 초과 등의 사유로 거절됐다. 고객 요청으로 취소된 건은 1건이었으며, 7건은 심사가 진행 중이다.
상품 출시 당시 A은행은 “담보나 보증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겠다”며 적극적인 상생금융 실천을 약속했다.
하지만 실제 지원으로 이어진 비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울산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상품 취지를 살리려면 기존 신용등급에 따른 일률적인 심사에서 벗어나 기준을 더 완화해 줄 필요가 있다”라며 “부결 사유 역시 구체적으로 안내해 신청자가 수긍하고 대안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A은행 측은 B씨에게 부결 사유를 설명했다고 일축하며 “고객 예금 등을 재원으로 대출을 취급하는 만큼 금융 건전성과 고객 자산 보호를 위해 상환능력과 신용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여신심사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금융 건전성과 고객 자산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과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 지원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득증빙이나 담보 확보가 쉽지 않은 소상공인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지원 방안을 운영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건전한 여신심사 원칙을 유지하면서 소상공인들이 더 많은 금융지원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