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우리가 만든 이순신 이야기

이순신 장군 이야기로 시작된 탐구 동극과 신문 영상으로 펼쳐진 놀이 친구와 함께 생각 모아 일궈낸 성장

2026-10-28     도예은 강동유치원 교사
도예은 강동유치원 교사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알록달록한 가을빛이 교실을 물들이는 10월, 아이들은 우리 역사 속 한 인물을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했다. 바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용기와 지혜를 발휘했던 이순신 장군이다.

처음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만난 아이들의 반응은 저마다 달랐다.

“이순신 장군은 왜 싸웠어요?” “배가 적은데 어떻게 이겼어요?” “배가 몇 척이나 있었어요?”

아이들의 궁금증은 자연스럽게 이순신 장군의 삶과 역사 속 이야기로 이어졌다. 특히 열세 척의 배로 많은 일본군의 배를 상대했던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아이들은 단순히 ‘이순신 장군이 싸워서 이겼다’는 사실에 머무르지 않고, 어떻게 적은 수의 배로 어려운 상황을 이겨낼 수 있었는지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배가 열세 척밖에 없는데 어떻게 이길 수 있었을까?” 이 질문은 교실을 새로운 놀이의 공간으로 바꾸어 놓았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동극으로 표현해 보았다. 누가 이순신 장군이 될지, 누가 조선 수군이 될지, 어떤 장면을 어떻게 표현할지 함께 의논하며 이야기를 만들어 갔다.

“여기서는 배가 들어오는 것처럼 해보자.” “나는 이 말을 하고 나서 앞으로 나갈게.” “우리 같이 하면 더 멋있을 것 같아.”

아이들은 동극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서로의 생각을 조율하고 하나의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 가는 경험을 했다. 역사 속 이야기가 아이들의 몸짓과 목소리를 통해 다시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이후에는 이순신 장군이 열세 척의 배로 전투를 이끌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전략게임도 진행했다.

아이들에게 주어진 것은 적은 수의 배와 제한된 공간이었다. 단순히 빠르게 움직이는 것만으로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려웠다. 친구들과 작전을 세우고, 어느 곳으로 이동할지 결정하고, 상대의 움직임을 예상하며 전략을 만들어야 했다.

“여기로 가면 우리 배가 위험해.” “한꺼번에 가지 말고 나눠서 가보자.” “우리가 이쪽에서 막으면 친구들이 움직일 수 있어.” “다시 해보자. 이번에는 다른 방법으로 해보자.”

아이들은 게임 속에서 자연스럽게 전략을 세우고 실행해 보았다. 예상대로 되지 않을 때에는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방법을 바꾸기도 했다. 때로는 작전이 실패해 아쉬워하기도 했지만, 실패한 이유를 생각하고 새로운 전략을 세우는 과정에서 또 다른 배움이 시작되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아이들이 ‘이기는 것’에만 집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친구와 의견을 나누고, 서로의 역할을 이해하며, 함께 움직일 때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놀이 속에서 경험했다.

이순신 장군을 조금 더 깊이 알아가는 과정에서는 ‘이순신 신문 만들기’ 활동도 이루어졌다.

아이들은 이순신 장군에게 궁금한 것을 찾아보고,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골라 신문의 내용으로 구성했다. 어떤 제목을 붙일지 고민하고, 어떤 그림을 그릴지 생각하며, 친구들과 정보를 나누었다.

“이순신 장군이 한 일을 써보자.” “이 그림을 크게 그리면 좋을 것 같아.” “신문처럼 만들려면 제목도 있어야 해.”

역사적 사실을 자신의 언어와 그림으로 다시 구성하면서 아이들은 이순신 장군을 조금 더 가까운 존재로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10월의 이순신 이야기는 음악과 영상으로도 이어졌다. 아이들과 함께 수노를 활용하여 이순신 장군을 주제로 한 노래를 만들고, 그 노래에 맞춰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보았다.

“우리 노래에 이 장면을 넣으면 어떨까?” “여기서는 배를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자.” “이순신 장군처럼 용감한 표정을 지어보자.”

아이들은 노래의 분위기를 생각하며 어떤 장면을 표현할지 고민하고, 직접 몸을 움직이며 영상 속 장면을 만들어 갔다. 역사 속 인물에 대한 배움이 노래가 되고, 노래가 다시 영상이 되는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했다. 특히 아이들은 자신이 만든 결과물을 친구들과 함께 바라보며 큰 즐거움을 느꼈다.

“우리가 만든 노래다!” “우리 진짜 영화 찍은 것 같아.”

10월의 교실에서는 이순신 장군이라는 한 사람을 중심으로 참 많은 배움이 이루어졌다. 역사 이야기를 듣고, 질문하고, 동극으로 표현하고, 전략을 세우고, 신문으로 기록하고, 노래와 영상으로 다시 만들어 보았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경험을 쌓아 갔다.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가 특별했던 이유는 단순히 전투에서 승리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가진 것을 살피며, 지혜롭게 방법을 찾아 나갔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도 놀이 속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살피고, 친구와 힘을 모으며, 새로운 방법을 찾아 나갔다. “안 될 것 같아.”라고 멈추기보다 “다른 방법으로 해보자.”라고 말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또 한 번 성장의 순간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을이 깊어지는 10월, 아이들은 역사 속 인물을 통해 과거를 만났지만 그 배움은 오늘의 교실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피어났다.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는 동극이 되었고, 전략게임이 되었으며, 신문과 노래가 되고 영상이 되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 속에서 아이들의 생각과 목소리가 하나씩 더해졌다. 어쩌면 아이들이 만든 것은 단순한 동극이나 신문, 뮤직비디오가 아닐지도 모른다. 서로의 생각을 모으고 함께 고민하며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 낸 소중한 ‘우리의 이야기’일 것이다.

앞으로도 아이들이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답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하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란다.

가을의 어느 날, 우리 교실에서 시작된 이순신 이야기가 아이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 작은 용기가 되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수 있는 힘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