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축 아파트는 왜 싸지기 어려울까
분양가 상승 뒤엔 원가 압박 구조 높은 원가가 가치 보장하지 않아 입지와 재공급 원가 함께 따져야
2026-10-29 차경석 이스턴투자개발 과장
2022년 지인에게 경북 안동의 대규모 아파트 개발사업을 전해 들었을 때 내가 먼저 던진 질문은 ‘그게 다 팔립니까?’였다. 지방 도시에 수백 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사실도 의문이었지만, 무엇보다 시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분양가격이 얼마인지 궁금했다. 그러나 개발사업의 비용구조를 생각하면 사업자가 분양가격을 무작정 낮추기도 어렵다.
사람들이 새집을 선호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주차 여건, 평면, 커뮤니티 시설, 브랜드와 관리 수준에서 과거의 아파트와 차이가 난다. 물론 부동산의 기본은 입지다. 학군과 직장, 교통, 상권이 좋은 기존 단지는 여전히 경쟁력을 가진다. 같은 생활권에서 가격 격차가 크지 않다면 신축의 상품성이 선택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선호만으로 신축의 높은 분양가격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공급원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택 개발은 토지 확보와 인허가, 금융조달, 공사를 거쳐야 하므로 오늘 사업을 구상했다고 곧바로 아파트가 공급되지는 않는다. 특히 공사비 부담은 과거보다 무거워졌다.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분양가상한제 기본형건축비는 2022년 9월 ㎡당 190만4,000원에서 2026년 9월 232만8,000원으로 약 22.3% 상승했다. 이는 16~25층, 전용면적 60~85㎡ 지상층 기준의 분양가 산정용 건축비로, 실제 도급공사비와 같지는 않지만 건축 원가의 압력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아파트 한 채를 새로 공급하는 데 얼마가 필요할까. 전용면적 84㎡, 공급면적 110㎡인 아파트 500세대를 가정해 보자. 국토교통부의 기본형건축비를 적용하면 지상층 건축비만 세대당 약 2억5,600만원이다. 여기에 세대당 지하층 면적 40㎡와 지하층 기본형건축비 ㎡당 123만3,000원을 적용하면 세대당 건축비는 약 3억500만원, 전체 500세대는 약 1,527억원이다.
이를 실제 공사비에 준하는 금액으로 단순 가정하고, 공사비가 총사업비의 55%를 차지한다고 설정하면 토지비와 금융비, 각종 사업비를 포함한 총사업비는 약 2,780억원으로 역산된다. 세대당 약 5억5,500만원이다. 개발이익을 제외한 금액이므로 사업에 필요한 분양수입은 그보다 커야 한다. 다만 공사비 비중 55%는 공식 평균이 아닌 계산상의 가정이며, 기본형건축비 역시 실제 도급공사비와 다르다. 따라서 이 숫자는 특정 지역의 적정 분양가가 아니라 공급비용의 규모를 이해하기 위한 예시다.
개발금융의 문턱도 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6년 10월 주거사업장에 대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기자본비율 관련 규제를 2년 유예하기로 확정했다. 주거사업장은 2029년 5%에서 시작해 2030년 10%, 2031년 15%, 2032년부터 20%로 기준이 높아진다. 다만 모든 민간 개발업체가 무조건 사업비의 20%를 현금으로 납입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금융회사의 PF대출 취급과 건전성 관리에 적용되는 기준으로, 적용 금융업권과 대출 시점, 예외 및 자본 인정 방식에 따라 실제 조달 구조는 달라진다.
앞선 2,780억원 규모의 사업에 이를 단순 적용하면 자기자본비율 5%는 약 139억원이지만 20%는 약 556억원이다. 약 417억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물론 자기자본을 늘리는 만큼 차입금을 줄일 수 있으므로 이 금액이 추가 사업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자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시행사는 훨씬 많은 자본을 장기간 확보해야 하며, 투자자가 요구하는 수익도 고려해야 한다. 자본력이 부족한 시행사일수록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분양가가 형성되지 않을 때다. 공사비와 금융비용, 투자수익을 반영한 분양가를 수요자가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사업자는 착공을 늦추거나 공급을 포기할 수 있다. 결국 공사비 상승은 신축 아파트의 분양가격에 상승 압력을 주는 동시에 신규 공급을 제약한다. 자기자본 조달 부담 역시 신규 사업의 추진 여력을 제한할 수 있다. 공급이 제한되는 지역에서는 기존 신축의 희소성도 높아질 수 있다.
다만 공급 비용이 높다는 사실과 신축 아파트가 잘 팔린다는 사실은 다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6년 8월 말 비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4만9,998호, 이 가운데 준공 후 미분양은 2만3,711호다. 한국부동산원·부동산R114의 2026년 6월 말 기준 자료에 따르면 울산에는 2026년 7월부터 2028년 6월까지 30세대 이상 공동주택 1만4,208호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이는 입주예정물량이지 공급과잉을 뜻하는 수치는 아니다. 다만 실제 수요와 공급이 집중되는 생활권을 함께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공급이 집중되는 생활권에서는 신축 아파트끼리도 경쟁해야 한다.
울산을 하나의 시장으로 묶어서 보기도 어렵다. 남구 옥동·신정의 교육·생활환경, 북구 송정의 신흥 주거지, 울주군 범서의 직주근접 수요는 서로 다른 조건에서 형성된다. 같은 신축이라도 도심의 기존 수요를 흡수하는 단지와 외곽에서 새 수요를 만들어야 하는 단지의 위험은 다르다. 반대로 오래된 아파트라도 입지가 우수하고 정비사업의 사업성이 확보된다면 가치를 유지할 여지가 있다.
신축 아파트가 싸지기 어려운 이유는 사람들이 신축을 선호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공사비가 상승하면서 낮은 가격으로 주택을 공급하기가 어려워졌고, 자기자본 조달 부담은 신규 사업의 문턱을 높이고 있다. 다만 높은 원가가 반드시 높은 시장가격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수요가 뒷받침되는 지역에서는 원가 상승과 공급 제약이 신축의 가치를 지지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는 미분양이나 사업 지연으로 나타날 수 있다. 결국 신축 아파트의 가격을 이해하려면 현재의 시세뿐 아니라, 같은 아파트를 다시 공급하는 데 얼마가 필요한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