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끝낸 여야, 821조 예산·쟁점법안 놓고 전면전…연말 정국 격돌
與, 적극재정·미래대응기금 사수…野, 134조 재정 조정 추진 조희대 국조·조작기소 특검도 뇌관…필리버스터 대치 예고 12월 2일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 준수도 불투명
2026-11-01 백주희 기자
국정감사를 마친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본격적인 대치 국면에 접어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정부의 첫 본예산인 821조원 규모의 예산안을 사수하는 동시에 조희대 대법원장 국정조사와 조작기소 특검법 등 입법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규모 예산 삭감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설 태세여서 연말까지 여야 간 강대강 충돌이 이어질 전망이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정부가 제출한 총지출 820조9,000억원 규모의 2027년도 예산안을 놓고 본격적인 심사에 돌입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달 공청회를 시작으로 종합정책질의와 부처별 심사, 예산안조정소위원회 등을 거쳐 세부 사업별 예산을 검증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저성장 극복과 민생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재정 투자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자리와 주거, 서민금융,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을 비롯해 지방 주도 성장과 교육 인프라 확충, 재난 대응 등 일부 분야에서는 증액도 추진한다.
반면 국민의힘은 선심성·포퓰리즘 예산을 집중적으로 손질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30조원 규모의 지출 감액과 미래대응기금 여유자금 104조4,000억원을 활용한 국채 발행 축소 등을 추진하며 총 134조원 규모의 재정 운용 조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요 삭감 대상으로는 올해 324억원에서 내년 2,546억원으로 급증한 신고 포상금 예산과 대통령비서실 및 중대범죄수사청의 특수활동비 등이 거론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 관련 예산 21조3,000억원도 쟁점이다. 민주당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필수 투자라고 강조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지역별 지원의 형평성과 사업 타당성을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입장이다.
미래대응기금을 둘러싼 공방도 거세다. 민주당은 첨단산업 육성과 미래세대 지원을 위한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기금 여유자금을 국가채무 감축에 활용해야 한다며 국회의 예산 심의권 약화와 지방교부세 재원 감소 가능성 등을 문제 삼고 있다.
민주당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멈춰 선 성장 엔진을 다시 돌리기 위한 담대한 미래 투자”라고 규정하며 국민의힘에 책임 있는 예산 심사를 촉구했다.
이에 국민의힘 임이자 정책위의장은 정부 예산안의 100대 문제 사업을 중심으로 30조원 규모의 지출 감액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오는 3일 일자리·생계·돌봄·국민 안전·청년 분야를 중심으로 한 대안 예산도 발표할 예정이다.
입법을 둘러싼 충돌 역시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오는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보고하고, 다음 주 조사계획서를 채택해 국정조사에 착수한다는 구상이다.
윤석열 정부 검찰의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대장동 사건 등에 대한 조작기소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특검법도 이달 중 처리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공공 재개발 사업의 용적률 특례를 확대하는 도시정비법 개정안과 민주화운동 관련 희생자 등에 대한 의료·요양 지원을 담은 민주유공자 예우법 등도 처리 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국민의힘은 조 대법원장 국정조사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고, 조작기소 특검은 이 대통령을 위한 정치적 수단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쟁점법안과 국정조사 계획서 등이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필리버스터로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필요에 따라 장외집회 등 여론전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에 나서더라도 본회의마다 쟁점법안을 순차적으로 처리한다는 전략이다.
여야 대치가 격화하면서 헌법상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인 12월 2일을 지킬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민주당은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기한 내 처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졸속 처리보다 철저한 심사가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11월 정국은 예산안 심사와 쟁점법안 처리, 국정조사 추진이 맞물리면서 여야 간 충돌이 한층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