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아버지 90시간 넘게 방치해 숨지게 한 30대 아들 ‘실형’
울산지법, 존속유기치사 혐의 징역 2년6개월 화장실에 쓰러진 부친 발견하고도 구호 외면 재판부 “생명 위험 충분히 인식했을 것” 판단 홀로 부양해 온 사정 참작…선고 직후 법정구속
2026-11-01 신섬미 기자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이영제)는 존속유기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9일 아버지 B씨가 화장실 바닥에 나체 상태로 엎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으나, 평소 사이가 나쁘다는 이유로 별다른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으로 들어갔다.
당시 B씨는 치매 등 여러 질환으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스스로 움직이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이후 B씨는 같은 달 13일까지 90시간 넘게 화장실에 홀로 방치된 끝에 결국 사망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B씨가 사망할 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오랜 기간 B씨를 돌봐온 만큼 자신의 도움 없이는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봤다.
특히 B씨를 처음 발견했을 때 평소와 달리 웅얼거리며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점, 6월 12일에는 물을 주려 했으나 B씨가 입을 벌리지 않고 부패 냄새까지 났던 점 등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A씨가 B씨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 “음식을 제공했다”는 A씨의 주장과 달리, 부검 결과 B씨의 위에서 음식물이 전혀 발견되지 않은 점을 들어 장기간 음식 및 수분 섭취를 하지 못해 발생한 급성 탈수나 전해질 이상 등으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인정했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은 A씨는 선고 직후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유기했음에도 자기 책임을 회피하고 있고,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거동이 불편한 피해자와 여관을 전전하는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혼자 부양하고 보호하는 등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했던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