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트램에 꼭 철길이 필요할까?’…호주 세 도시 삼색 수단 ‘주목’

[궤도 없는 트램, 울산 대중교통의 미래] ④ 철길 없이 40년 달린 아델레이드 ‘오반’ 1986년 도입 콘크리트 유도궤도 버스 체계 일반도로·전용선 넘나들며 시속 80㎞ 주행 연 975만 이용·출근시간 평균 1분 간격 운행 부지 점유·교통 정체 부담 경감 대안 비교를

2026-11-02     강은정 기자
호주 아델레이드 시는 콘크리트 전용트랙을 오가는 오반 시스템을 도입해 획기적인 대중교통 수단을 구축했다. 남호주주정부 제공
호주에서 찾아볼 수 있는 도시철도의 성공 핵심을 가로지르는 화두는 ‘과연 도시철도에 철로 궤도가 필수불가결한가’였다.

호주 주요 도시들은 저마다 다른 기술과 인프라 조합으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40년간 유도버스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용해온 아델레이드의 경험은 호주 3대 도시 대중교통 모델 비교의 또 다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1986년 개통 당시 아델레이드 오반(O-Bahn) 전용 콘크리트 트랙에 최초로 투입된 메르세데스-벤츠(Mercedes-Benz O305) 굴절 버스. 독일 에센(Essen)에 이어 세계 2호이자 남반구 최초의 유도버스 시스템으로, 개통 첫해에만 400만 명이 넘는 탑승객을 끌어모으며 출퇴근 시간을 절반으로 단축시켰다. 남호주주정부 제공

앞바퀴 소형 가이드 휠이 콘크리트 수평궤도 짚고 달리는 ‘오반’

호주 아델레이드가 1986년도에 트램 대신 독일 에센의 기술을 벤치마킹해 도입한 오반(O-Bahn) 유도버스 시스템(12.67㎞)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대중교통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앞바퀴 측면의 소형 유도바퀴가 전용 콘크리트 트랙 따라 흐르는 이 시스템은 연간 970만건 이상 일평균 3만건의 이용 실적을 올리며 출근 시간대 도심 진입 배차 간격을 확연히 줄였다.

오반(O-Bahn, 독일어 Omnibus와 Bahn의 합성어)은 다소 낯선 개념이다. 쉽게 말해 평소에는 일반 시내버스처럼 동네 골목길을 다니다가 전용 콘크리트 트랙에 들어서면 철도처럼 스스로 궤도를 타고 시속 80km로 질주하는 지능형 버스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의 핵심 비밀은 버스 앞바퀴 바로 측면에 수평으로 부착된 작은 고무 롤러 형태의 유도바퀴에 있다. 버스가 전용 경로로 진입하면 지면에 깔린 L자형 콘크리트 구조물의 양쪽 벽면 턱을 이 소형 유도바퀴가 정밀하게 짚고 구르며 차량을 기계적으로 자동 고정한다.

1980년대부터 운영된 오반 모습. 남호주주정부 제공

연간 970만명 수송…“저비용 콘크리트 트랙으로 40년 운영 성과”

이 구간에 진입하면 운전기사는 운전대를 잡을 필요가 없다. 콘크리트 가이드레일이 차량의 좌우 움직임을 물리적으로 완벽히 잡아주기 때문에 탈선이나 충돌 위험 없이 철도 수준의 고속 정시 주행이 가능하다. 전용선을 빠져나오면 기사는 다시 운전대를 잡고 일반 시내버스처럼 아파트 단지나 골목길로 자유롭게 진입한다.

차량 가격이 천문학적인 전용 철도 차량과 달리 일반 버스에 저렴한 유도 바퀴 부품 하나만 추가하면 완성되는 극강의 실용적 기술이다.

아델레이드 관계자는 본지 취재진에 “40년 운용 결과 콘크리트 유도 트랙은 철로나 일반 아스팔트에 비해 유지보수비가 현저히 적게든다”라며 “골목에서 승객을 태운 뒤 환승없이 80㎞ 전용 트랙으로 직통 주행하고 비상시 일반도로로 즉시 우회할 수 있는 듀얼모드의 유연성이 핵심 성공 비결”이라고 밝혔다.

아델레이드는 원래 수천억원을 들여 쇠바퀴 철길을 새로 깔려다가 예산 폭증과 소음 민원에 부딪혀 철로 건설을 전면 백지화했다. 대안으로 좁은 공간에 얇은 콘크리트 유도 차로만 신설하는 ‘오반’을 선택하면서 토지 수용비와 건설비를 극적으로 아꼈고 일반 도로까지 드나드는 장점을 갖춘 것이다.

2026년 3월 오반 개통 40주년을 맞아 주정부 및 아델레이드 메트로 주요 관계자들(마이클 프리티, 로이 플랫, 데이비드 포슨)이 역사적 차량 앞에서 기념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현재 오반은 스카니아(Scania) 188대 전용 차량 기반으로 연간 975만 회(2025년 기준) 탑승, 출근길 1분 배차 간격을 기록 중이다. 남호주주정부 제공

철로 궤도 ‘시드니’ vs 무궤도 전기 트램 ‘브리즈번’ vs 유도 버스웨이 ‘아델레이드’

취재진이 호주 현지에서 경험한 대중교통수단은 기술적 방식, 비용과 공기, 도로점유와 도시 영향, 운영 유연성 측면에서 명확한 격차를 드러냈다.

사업비와 건설단가 측면에서는 브리즈번과 아델레이드가 가성비 혁신을 이뤘다.

시드니는 도심 전체를 파헤치는 철로 굴착으로 ㎞당 단가가 무려 2,25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브리즈번은 전용 버스웨이를 100% 재활용하면서 km당 시드니의 3분의 1 수준인 630억원 가성비를 증명했다. 아델레이드도 좁은 전용 차로를 구축해 초기 건설비와 40년 장기 정비 비용을 극적으로 줄였다.

도심마비 측면에서도 브리즈번과 아델레이드 시스템은 기존 도로를 활용한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시드니는 도로가 차단되면서 주변 소상공인들이 파산 위기에 내몰렸고, 5,000억원대 집단 소송전으로 번지기도 했다.

반면 무궤도 트램을 선택한 브리즈번과 아델레이드 시스템은 도심을 기존 버스차로나 가변 차로, 좁은 유도 궤도를 활용함으로서 공사기간 상권 피해와 시민 불편을 최소화했다.

운영적인 측면에서도 브리즈번, 아델레이드는 효율성을 보였다.

브리즈번 메트로와 아델레이드 오반 버스는 전용선에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즉시 일반 도로로 우회할 수 있어 대중교통 운행 중단이라는 사태를 막아내고 있다. 또 도심 외곽 주거지까지 철도 신설 없이도 노선을 손쉽게 확장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췄다.

선로 이탈, 탈선, 차량고장이 발생 할 경우 노선 마비를 걱정해야 하는 시드니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른 셈이다.

구분시드니(CBD Light rail)브리즈번(Brisbane Metro)아델레이드(O-Bahn)
주요 수단과 동력철로 매설 궤도 트램무궤도 100% 전기 트램콘크리트 유도차로+굴절버스
핵심기술 특징도심 철로 매설 굴착 공사 기존 전용 버스웨이 재활용과 초고속 충전전용가이드휠과 일반도로 듀얼 모드
총사업비(단가)30억달러(2,700억원/km)14.75억 달러(630억원/km)극저비용(40년 장기 내구성 검증)
공사 중 상권 영향 극심최소화최소
비상시 우회 능력불가능 매우 뛰어남완벽
울산시 행정 시사점 궤도 매설 고집 예산 폭증가성비&운영 효율적공간 최소와와 유연성

거대한 토목 인프라 고정관념 탈피…부지 점유 최소화·재정 분담 필요 조언

호주 3대 도시의 실증 데이터는 울산시 트램 1호선 추진 정책에 명확한 행정적 가이드라인을 제공했다.

철로 궤도 매설이라는 낡은 기술적 고정관념을 과감히 던질 수 있다면 브리즈번이 도입한 무궤도 전기 트램이나 유도 전용차로를 설치한 아델레이드처럼 예산 절감과 도로 마비 방지를 위한 가장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브리즈번과 아델레이드가 입증했듯 100% 전기동력과 완전 저용차로, 계단 없는 평면 승하차 시스템이 결합된다면 철길이 없더라도 철도 수준의 정시성과 대량 수송력을 완성할 수 있다고 도시들은 설명하고 있다.

3대 도시 모두 ‘대중교통 이용률 극대화’를 위한 선택은 요금제에 있었다는 점도 고려해볼만한 상황이다. 대중교통 이용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 수 있었던 것은 정부 차원의 요금 보전책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아델레이드 오반 시스템 관계자는 “아델레이드의 오반 운영 40년 경험이 울산시에 주는 가장 핵심적인 시사점은 도시철도가 목표로하는 수송 효율과 정시성을 달성하기 위해 대규모 철로궤도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라며 “유도버스 시스템이 가진 최대 강점은 좁은 수송회랑만으로도 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도로 확장이나 전통 트램 철로 건설에 비해 부지 점유 면적과 토지 수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며 도시 경관과 생활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가장 실용적인 해답이 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